근골격계 질환, 업무 바꿔달랬더니 ‘복도 지정석’ 강요

2025-04-28 10:31:21 게재

노조 “사회복무요원 괴롭힘 여전”

‘복무기관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병역법이 지난해 5월 시행된 지 1년아 더 됐는데도 사회복무요원들에 대한 괴롭힘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무요원노동조합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무기관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제도의 실효성 문제를 지적했다.

괴롭힘 피해 증언하는 사회복무요원

괴롭힘 피해 증언하는 사회복무요원

사회복무요원 노조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열린 ‘제3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 복무기관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주년 기자회견에서 사회복무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지난해 5월 1일 시행된 이 법은 복무기관 관계자가 사회복무요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복무기관장은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 피해자 보호를 위해 근무장소 변경, 휴가명령 등 조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노조는 이날 증언대회를 열어 법 시행 후에도 발생한 괴롭힘 사례들을 소개했다.

강현우(가명)씨는 경기 오산시 한 요양원에서 복무 중 근골격계 질환으로 일부 업무 수행이 힘들다며 다른 업무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괴롭힘이었다. 복도 한가운데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는 지정석이라며 그 자리에 앉을 것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강씨는 “병무청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고 복무기관은 오히려 ‘다른 데로 가라’며 차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이민영(가명, 대전지역 복무)씨는 성추행과 폭행 피해를 호소했지만 가해자가 복무기관 소속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복무기관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통보받았다. 이씨는 “괴롭힘 금지법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사회복무요원의 신분은 민간인이지만 병역의무를 이행한다는 특수성으로 남은 복무기간 어려움을 겪을 것을 두려워해 괴롭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강은희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사회복무제도는 국제노동규범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라며 “국가는 청년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회복무제도를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제도를 개선하며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대통령선거 후보들에게 △복무기관 내 괴롭힘 보호 범위 확대 △4급 판정 사유 관련 업무 거부권 부여 △복무기관 재지정 절차 개선 △중식비 현실화 △겸직 신고제 전환 등 ‘5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하은성 노동조합 위원장은 “사회복무요원 100만명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대통령 후보들은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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