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미판매·미회수’ 1조5천억원

2025-04-29 13:00:12 게재

“765만 소상공인 중 25만 곳만 사용 가능”

추경 디지털 상생페이백은 1.5%만 혜택

국회 산업위 “변칙소비행위로 효과 반감”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에 대한 효과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카드사용액의 일부를 디지털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등의 지역경제 활성화방안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더불어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전통시장 활성화나 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한 온누리상품권 활용 방안이 들어있는데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매우 제한돼 있고 특히 디지털온누리상품권의 경우엔 더욱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적어 실제로 지원해야 할 영세 자영업자는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전날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는 “765만 소상공인 중 1.54%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상생페이백 사업”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추경 검토보고서를 통해 “온누리상품권 환급을 통한 소비활성화 효과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추경에 편성된 ‘취약상권 환급 활성화’ 사업은 다음 달부터 5개월간 전통시장이나 상점가의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에서 사용한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결제액의 최대 10%를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 주는 것이다.

‘상생 페이백’ 사업은 연 매출액 30억원 미만의 점포에서의 카드 사용액이 지난해 월평균 카드 소비액보다 늘어난 증가액의 20%를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인당 30만원, 월 10만원 한도)해주는 사업이다. 환급예상규모는 1조3200억원, 환급혜택 대상은 600만명이다.

◆온누리상품권 25만개 상점서만 사용 가능 = 하지만 온누리상품권 사업을 재구성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문위원실은 “올해 온누리상품권 발행 목표 규모가 전년 대비 10% 증가한 5조5000억원이며 3월말 기준 발행액이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연내에 발행·판매될 온누리상품권 규모가 상당한 점, 현재까지 누적된 미판매·미회수액 규모가 1조5000억원을 상회하는 점,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온누리상품권이 전통시장 및 상점가에서의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는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지난 3월말 현재 온누리상품권 누적 발행액은 26조4765억원이며 이중 26조1390억원이 팔렸고 24조8962억원이 사용됐다. 발행은 했지만 판매가 안 돼 금융기관에 남아있는 규모가 3375억원어치이고 판매가 됐지만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은 규모가 1조2428억원어치로 미판매, 미사용 금액은 무려 1조5803억원에 달했다.

또 지난해말 기준 온누리상품권 가맹점포가 24만9442개에 그친데다 지류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81.1%인 19만8901곳, 디지털에 속하는 카드형은 47.4%인 11만6280곳, 모바일은 42.8%인 10만5025곳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760만명의 소상공인들 중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25만개도 되지 않은데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더욱 적다”면서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은 대형 시장에서나 사용할 수 있고 오히려 영세한 소상공인에게는 그림에 떡과 같다”고 했다. 이어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지자체장의 요구로 중기부에서 승인하는 방식인데 이렇다보니 강남 상가의 귀금속상 등에서도 사용하는 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재래시장이나 영세 소상공인 지원 방안이라는 점을 고려한 재설계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전문위원실은 “온누리상품권 사용 가능 업종이 법무서비스, 회계서비스, 교육서비스 등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전통시장 및 상점가에서의 소비 활성화 목적으로 추진되는 온누리상품권 환급 사업의 효과성에 대한 검증도 사후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변칙 많은 온누리상품권 = 온누리상품권의 변칙사용에 대한 부분도 경계대상으로 지목됐다.

전문위원실은 평소 소비규모가 작은 가구원의 카드를 집중 사용하는 ‘카드 사용 몰아주기’, 2분기 고액 소비 건을 취소하고 시행시점에 재결제하는 ‘결제취소 및 재결제’, 정기 보관이 가능한 생활필수품 대량 구매나 장기시설·서비스이용권 구매 등을 앞당기는 ‘11월 이후 소비 구축’ 등 다양한 방식의 변칙 소비행위로 실질적인 소비 촉진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됐다.

소비금액에 따라 경제적 혜택이 증가해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소득역진성도 문제다. 평소 현금 등을 사용하던 사람은 캐시백 지급에 필요한 소비금액을 쉽게 달성할 수 있고 2분기에 우연히 이사, 질병 등 돌발 소비요인이 있는 사람은 이후 소비금액 확대가 곤란할 수 있어 이 제도의 혜택을 받기 어려워진다는 점 등에서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게다가 상생페이백 사업의 경우 30억원 미만의 사업체가 어디인지, 자신이 이같은 사업체에서 얼마나 썼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워 시스템 구축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정부는 올해 8월까지 사업운영 시스템 구축과 홍보에 나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위원실은 “지원대상이 전체 카드 사용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연내에 사업이 집행되기 위해서는 세부 추진계획을 조속히 수립하고 사업지연에 따른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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