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공포’ 대리점 앞 장사진

2025-04-29 13:00:02 게재

SKT, 첫날 23만명 유심교체

조사 최장 1년, 보완책 필요

SK텔레콤(SKT)서 발생한 유심 정보 해킹사건으로 시작된 공포가 이동통신 서비스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2차 피해에 대한 우려에 유심을 교체하려는 소비자들이 SKT 대리점과 공항 로밍센터 앞에 실제 줄을 서고, 사건과 무관한 다른 통신사 가입자들까지 보안서비스에 가입하며 ‘셀프 방어’에 나서고 있다.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에서 한 가입자가 유심이 조기 소진되자 ‘재고 현황’을 제대로 공지하라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유심을 교체하고 보안서비스에 가입해도 개인정보 유출 범위가 최종 확인될 때까지 국민들의 불안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SKT에 따르면 28일 오후 6시 기준 유심 교체를 완료한 이용자는 23만명이며, 온라인을 통해 교체를 예약한 이용자는 263만명으로 집계됐다. 또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도 741만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SKT는 앞서 18일 해커에 의한 악성코드로 이용자 유심과 관련한 일부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 유심보호서비스만으로는 이용자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자, SKT는 이날부터 유심 무상교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심 재고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첫날인 28일 이른 아침부터 이른바 오픈런을 하려는 소비자들이 SKT 대리점과 공항 로밍센터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SKT는 전날 약 100만개의 유심을 보유하고 있고 다음달 말까지 약 500만개의 유심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가입자 규모가 큰 만큼 교체를 원하는 모든 이용자가 교체를 완료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확인되지 않은 유사 피해사례가 해킹 사건으로 인한 2차 피해로 잘못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공포가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부산의 한 SKT 사용자의 휴대전화가 먹통현상 이후 계좌에서 수천만원이 빠져나가면서 해킹으로 인한 금융거래 사고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는 스미싱 공격에 의한 것으로 이번 해킹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장 1년여간 걸릴 것으로 보여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보통 짧게 걸리면 2~3개월이고 시스템이 복잡한 경우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면서 “유심을 교환해준다고 하지만 국민의 불안감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는 것으로 보여서 불안 해소 방안을 검토하고 회사에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동통신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반복되는 것과 관련해 ‘보안’을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LG유플러스는 2022년, KT는 2014년 개인정보가 유출돼 곤혹을 치뤘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부 교수는 “우리 사회가 빌딩이라면 기초를 구성하는 것이 ‘보안’”이라며 “디지털 사회를 앞으로 더 높이 지어나갈 텐데 보안이 탄탄하지 않으면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보안을 비용이 아닌 투자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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