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중인데 단일화 타령만…김빠지는 국민의힘 경선

2025-04-30 13:00:20 게재

권성동 “단일화 경선 예정” … ‘김덕수’ 김문수 2강 진출

‘한덕수 대 국민의힘 주자’ 단일화 조사, 한 대행이 ‘우위’

한동훈 “단일화 구체적 얘기, 국민의힘 경선 힘 빼는 것”

국민의힘이 2차 경선을 거쳐 대선 주자를 2강으로 압축하고 최종 경선을 앞두고 있지만, 경선은 갈수록 김이 빠지는 분위기다. 한창 경선이 진행 중인데, 당 안팎에서 ‘한덕수 단일화’ 타령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경선이 범보수 단일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사실상 ‘예선전’으로 전락하면서 긴장감과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한동훈 후보는 “경선의 힘을 빼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종 경선 진출한 김문수·한동훈 후보 국민의힘 대선 최종 경선에 진출한 김문수(왼쪽)·한동훈 후보가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3차 경선 결과 발표 후 꽃다발을 들고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국민의힘은 2차 경선을 통해 김문수 후보와 한동훈 후보를 2강으로 압축했다. 이날 2차 경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권성동 원내대표는 “우리 당 (대선) 후보로 한 분이 결정되면 더 큰 집을 짓기 위해 단일화 경선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며 “그 과정을 통해 조금 더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고 큰 집을 지으면 선거 승리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인데, 당 지도부가 경선 이후 단일화 경선을 기정사실화한 것. 당 경선을 사실상 ‘예선전’으로 규정한 셈이다.

이날 오후 발표된 3차 경선 진출자에는 김 후보가 포함됐다. 김 후보는 ‘한덕수 단일화’에 매우 적극적이다. 김문수 캠프에 합류한 박수영·장동혁 의원 등은 한 대행 대선 출마를 적극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의 2강 진출은 사실상 ‘한덕수 추대’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29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층 상당수가 한덕수 대행과의 단일화를 원하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 김 후보는 가장 먼저 열린 입장을 밝혔고, 김덕수라는 조어까지 본인이 만들어냈다. 그게 전략적으로 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덕수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에 2강에 진출했다는 것이다.

한 대행과 국민의힘 경선주자들 간 단일화 가상대결에서 한 대행이 우위를 보인 결과도 경선의 김을 빼는 효과를 낸다. 채널A와 리서치앤리서치 조사(26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단일화 경선에 대해 묻자, 김문수 25.0% 대 한덕수 54.1%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김문수 27.4% 대 한덕수 58.7%였다. 한 후보를 넣어서 조사하자 한동훈 23.2% 대 한덕수 61.8%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동훈 22.4% 대 한덕수 70.8%였다. 단일화 경선이 실시된다면 한 대행 우위가 점쳐지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경선주자 입장에서는 이기기 힘든 단일화 경선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한 후보측은 경선도 끝나지 않았는데 ‘한덕수 단일화’ 언급이 속출하는 데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종혁 한동훈 캠프 특보단장은 앞서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한덕수 단일화’ 주장에 대해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일단 첫째는 공정하냐는 얘기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8명이 선거자금을 모으고 전국을 돌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온갖 생고생하면서 돈도 기탁금 1억, 2억 내면서 싸우고 올라가는 건데 갑작스럽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분을 꽃가마 태워서, 이 사람하고 (단일화 경선) 하세요, 결승을 하세요라고 얘기하는 건…”이라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현재 경선을 하고 있는데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그런 일들을 하는 것은 굉장히 해당행위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저는 후보가 되면 누구와도 대화할 것이고 누구와도 힘을 합칠 것”이라면서도 “국민의힘이라는 보수의 핵심 세력에서 아주 중요한 경선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당원도 아니고 출마 선언을 하지도 않은 사람과의 단일화까지 그렇게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국민의힘 경선의 힘을 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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