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가안보보좌관 왈츠 전격 경질

2025-05-02 13:00:11 게재

주유엔대사 지명 예정

루비오 국무장관이 겸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당분간 해당 직을 겸임한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동시에 맡는 것은 1970년대 헨리 키신저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월츠는 전장에서든, 의회든,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든 늘 국가이익을 최우선했다”며 그를 차기 유엔 주재 미국대사로 지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시그널 게이트’로 불리는 기밀 유출 논란 이후 예견돼 온 인사라는 평가다.

앞서 월츠는 지난 3월 민간 메신저 채팅방에서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 계획을 논의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논란을 빚었고, 민주당은 그의 해임을 요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에는 왈츠 보좌관을 여전히 신임한다면서 왈츠의 거취에 대한 논의가 봉합되는 듯했으나, 월츠는 이후 백악관 내에서 입지를 잃고 측근들의 신뢰도 회복하지 못했다. CNN은 “대통령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월츠의 영향력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의 적극적인 대외 개입을 주장하는 매파 성향의 왈츠가 다른 참모들과 정책적 차이 등으로 밀려났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핵 합의와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간절히 바라며 대외 개입에 회의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일하기에는 왈츠가 너무 매파라는 게 대통령 참모 대부분의 인식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들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은 왈츠를 네오콘(신보수주의자)으로 인식했다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과거 보수 진영의 주류였던 네오콘은 외교·안보에서 적극적인 개입을 선호하며 공화당 내에서 마가와 대척점에 있다.

왈츠가 이끌어온 국가안보회의(NSC) 내 네오콘 인사들에 대한 ‘청산’은 왈츠 교체 전부터 진행됐다. ‘극우 선동가’인 로라 루머는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NSC 직원 일부가 충성심이 부족하고, 네오콘이라는 이유로 해고하라고 했다. 당시 왈츠는 직원들을 지키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왈츠가 임명한 NSC 직원 일부를 해고했고 이제 왈츠 본인도 퇴출당했다.

미국 언론은 알렉스 웡 국가안보 부보좌관에도 네오콘 딱지가 붙었으며 왈츠와 함께 사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왈츠가 다른 대통령 참모들과 잘 지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악시오스는 왈츠가 백악관 실세인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과의 불화설도 왈츠의 퇴진 배경으로 거론된다. 악시오스는 “월츠가 와일스를 직원처럼 대하며 긴장 관계가 지속됐다”고 전했다.

한편, 월츠의 후임으로는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서배스천 고카 NSC 부보좌관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서 주요 각료가 교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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