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민감 사건 쌓이는 공수처

2025-05-07 13:00:17 게재

조희대 대법원장·문 전 대통령 수사검사 고발 잇달아

한덕수·최상목·심우정 고발 사건 수사도 진행 중

대선 앞두고 이목 집중되나 인력난에 속도 더뎌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몰리고 있어 주목된다. 하지만 공수처의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인해 신속한 수사는 어려울 전망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조희대 대법원장 직권남용 혐의 고발 사건에 대한 배당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이날 중 수사부서에 사건 배당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을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조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두 차례 합의 기일만에 상고심 선고기일을 잡은 것은 ‘대선 개입’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의소리, 민생경제연구소,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모임도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한 직후인 이달 3일 조 대법원장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들은 “대법원의 이 후보 무죄판결 파기는 사법권력의 정치개입”이라며 “조 대법원장이 직접 위법하게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단 9일 만에 선고한 것은 전례 없는 권한 남용이자 헌정질서 유린”이라고 고발 취지를 밝혔다.

실제 이 후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신속하게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배당 내규와 전원합의체 운영내규 등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6만쪽에 달하는 재판 기록을 대법관들이 제대로 검토했는지 밝히라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 고발 사건의 배당이 이뤄져도 공수처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주요 사건이 쌓여 있지만 이를 수사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을 수사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전 전주지검장), 박영진 현 전주지검장, 전주지검 검사 등을 직권남용 및 피의사실 공표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사건 수사는 전임 대통령을 모욕주기 위한 목적으로 결론을 정해놓은 짜맞추기 수사로 문 전 대통령의 입장을 한 번도 듣지 않은 채 기습적으로 기소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했다는 게 고발 이유다.

공수처에는 대선에 출마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 고발 사건도 접수돼 있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면서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은 100일 넘도록 미루다가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됐다. 공수처는 이 사건을 수사4부에 배당했으나 고발인 조사 등 본격적인 수사에는 아직 착수하지 못했다.

공수처는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최상목 전 대통령 권한대행(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직권남용 혐의 고발 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3월말 국회로부터 마 후보자 임명보류 관련 권한쟁의심판 자료를 확보했으나 이후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이밖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첫 재판 촬영을 불허한 지귀연 부장판사 고발 사건, 법원의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심우정 검찰총장 고발 사건 등 주요 이슈가 생길 때마다 공수처에 사건이 몰리고 있다. 하나 같이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사건들이지만 공수처의 인력 부족으로 속도감 있는 수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25명이지만 현재 인원은 14명에 불과하다. 처장과 차장을 빼면 실질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검사는 12명에 그친다.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해 9월 3명, 올해 1월 4명의 신규검사를 대통령실에 임명 제청했지만 윤 전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등은 계속 임명을 미루며 사실상 공수처를 무력화했다. 현재 검사 인력으로는 기존 ‘12.3 내란 사태’ 잔여 수사와 최근 재개한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수사만으로도 벅찬 실정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적은 인원이지만 최대한 할 수 있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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