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 대통령실 압수수색 불발
공수처 ‘VIP 격노설’ 규명 위해 강제수사
경호처 막혀 중단 … “영장 집행 계속 협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연루된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전날 오전 11시쯤 국가안보실과 대통령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대통령경호처가 진입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오후 5시 30분쯤 집행이 중단됐다. 대통령경호처는 그동안 군사기밀 장소나 공무상 비밀이 있는 물건은 책임자나 관공서의 승낙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를 근거로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을 막아왔다. 다만 이번 공수처 압수수색에 대해선 경호처가 전면 거부한 게 아니라 협의 과정에서 이견이 있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영장 집행과 관련해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조만간 검사와 수사관을 다시 보내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수처의 압수 대상에는 이른바 ‘VIP 격노설’이 제기된 2023년 7월 31일 전후 대통령실 회의 자료와 대통령실 출입기록, ‘02-800-7070’ 가입자 명의와 서버기록 등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 2023년 7월 30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폭우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의 간부를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결재했다가 이튿날 돌연 번복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7월 31일 오전 안보실이 참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해 이 전 장관을 질책했고, 이에 이 전 장관이 언론브리핑 취소와 수사결과 이첩보류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이 이첩보류를 지시하기 직전 대통령실에서 사용하는 ‘02-800-7070’ 번호로 걸려온 전화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심은 더 커졌다.
공수처는 압수수색 영장에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을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수처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내란 수사에 집중하기 위해 채상병 사건 수사를 잠정 중단했다가 최근 재개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사건의 핵심 인물인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진행한 바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