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나도 조상땅 찾아볼까?

2025-05-12 08:42:11 게재

100년 전 토지 문서

고양시, AI로 한글화

13만매 디지털 전환

경기 고양시가 암호 같던 일제강점기 부동산 문서 13만매를 디지털 한글 화면으로 구현해 제공해 눈길을 끈다. 인공지능(AI)이 일선 행정 현장에 가져온 변화다.

12일 고양시에 따르면 시는 1910년 일제강점기 토지조사사업 당시 만들어진 토지대장 지적도 측량원도 등 원본 문서를 포함해 수십 년에서 길게는 100년 이상 된 방대한 양의 부동산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특히 1975년 이전 자료는 디지털 이미지로 전환해 보관하고 있다. 종이로 13만6343면 분량이다. 토지면적으로는 13만 필지, 약 268㎢에 해당한다.

하지만 보관하고 있는 자료를 실제 행정에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1975년까지 사용된 옛 토지대장은 국토변화 과정을 담고 있는 역사적 기록이자 시민 재산권과 직결된 중요한 자료다. 하지만 다이쇼(大正) 쇼와(昭和) 등 일본식 연호와 용어로 표기돼 있고 한자로 수기 기록돼 있어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한글세대에 익숙한 공무원들도 한문 장벽에 막혀 해독 등 민원 처리에 긴 시간이 든다.

고양시가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시도한 것이 ‘토지대장 한글화 사업’이다. 옛 토지대장 이미지 데이터를 한글 텍스트로 변환하는 사업으로, 2023년 시작해 지난해 말 끝마쳤다. 한문으로 된 텍스트를 AI 기반 프로그램을 활용해 한글화하고, 일본식으로 표기된 연호는 알아보기 쉽게 서기로 변환했다.

이 사업으로 기존 이미지 파일로는 검색할 수 없었던 1910년부터 1975년까지 데이터베이스(DB) 공백이 해소됐다. 첨단기술로 재탄생한 부동산 빅데이터는 올해부터 개인별 토지 현황, 조상땅 찾기 등 맞춤형 부동산 정보 제공에 본격 활용돼 시민 재산권을 보호하고 편의를 높이고 있다.

특히 조상땅 찾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고양시에서 부동산 정보 서비스를 이용한 시민 1만229명 가운데 약 66%인 6802명이 상속 목적의 토지 소유 현황 확인이었다. 이 가운데 1910~1975년 작성된 옛 토지대장 확인이 쉬워지면서 행정 효율이 크게 향상됐다.

고양시는 또한 이번 사업을 통해 여러 부동산 관련 증명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발급할 수 있게 돼 다양한 경제·법률 행위에서 시민 편의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토지대장등본 지적도등본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증명서 발급 건수는 총 35만여건에 달했다. 부동산 빅데이터는 행정·사법기관 시스템 효율성 향상에도 핵심 역할을 한다. 지난해 행정·사법 목적으로 관련기관이 고양시에 요청한 부동산 빅데이터 정보 제공 건수는 총 20만4000여건에 이른다.

도시계획과 주택건설 분야에서는 미래 발전 방향 설정과 구체적 사업 실행에 부동산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시는 관련 부서에 부동산 연속지적도·연속주제도 등을 제공해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경제자유구역 지정 추진 사전 검토, 경관계획 재정비,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단계별 집행계획 수립 등을 돕고 있다.

세금이나 체납액 징수에도 법인이나 체납자 명의 부동산 소유 현황이 활용된다. 법원에서는 개인회생이나 파산 절차 진행 시, 검찰청에서는 벌금 및 추징금 집행 시 부동산 소유 현황을 제공받아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올해는 한글로 변환된 부동산 빅데이터가 적용되며 더 효과적인 부동산 정보 대민 발급 서비스와 행정·사법 절차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부동산 정보 자산 디지털 전환과 빅데이터 기술 접목으로 시민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행정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게 됐다”며 “부동산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데이터 관리와 시스템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1975년 이전까지 사용됐던 한자로 작성된 옛 토지대장.
1975년 이전까지 사용됐던 한자로 작성된 옛 토지대장. 사진 고양시 제공
디지털 이미지 전환
한자로 기록된 옛 토지대장을 스캔해 보관 중인 이미지 파일. 사진 고양시 제공
한글파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미지 파일로 보관 중이던 옛 토지대장을 한글로 전환한 토지대장. 사진 고양시 제공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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