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폭탄관세 끝내나
내일 공동성명 발표 예정
고위급 협상 ‘상당한 진전’
살인적인 고율 관세를 주고받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전환점을 맞았다. 양측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틀간 진행한 첫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11일(현지시간) 공동 발표했다. 구체적 합의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동성명이 12일(현지시간) 발표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협상은 유엔 제네바 사무소 인근 ‘빌라 살라딘’에서 진행됐다. 미국측에서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 측에서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리청강 상무부 부부장이 참석했다.
베센트 장관은 “매우 생산적인 회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모든 상황을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그리어 대표는 “합의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졌고 양국 간 차이가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측 허리펑 부총리도 “중요한 컨센서스를 도출했으며 통상·경제협의 체제를 새로 구축하고 정기적인 후속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윈윈(win-win)을 추구하며 미국과의 차이를 관리하고 협력 범위를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협상에서 핵심 의제는 양국 간 초고율 관세 조치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대응과 무역적자 해소를 이유로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125%까지 인상했다. 양국 무역은 사실상 중단됐다.
그러나 이번 협상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80% 관세가 적절하다”고 언급하면서 관세 완화 기대가 커졌다. 일부 언론은 미국이 관세를 6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관세가 80%로 낮아져도 실효세율은 트럼프 1기 이전보다 여전히 3배 높다”며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또 펜타닐 같은 마약 대응 협력,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완화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는 반도체와 무기체계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미국은 중국의 독점공급 구조를 완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협상에 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측이 이를 전략물자 확보 차원에서 적극 제기했다고 전했다.
시장 반응은 신중한 낙관론이다. 로이터는 “회담 이후 낙관적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구체적 합의가 없으면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S&P500지수는 일부 회복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연초 대비 하락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영국과 신속히 무역합의를 체결했지만 중국과의 협상은 지정학적·경제적 복잡성이 얽혀 있어 훨씬 더 어려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비록 협상의 구체적 합의 내용은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미중이 다시 대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외신들은 이를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했다. 12일 공동성명에 담길 관세 인하 수준과 향후 정상회담 여부가 미중 관계 향방을 가를 핵심 요인이 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