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서울시 ‘지하’가 위험하다
지반침하 사고 절반 6~8월에 발생
포트홀 7·8월 집중, 연평균 8500건
강동구 대형 싱크홀로 시민 불안이 가중된 가운데 강수량이 많은 여름철에 땅꺼짐 사고가 집중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여름 폭염에 이은 폭우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우기를 앞둔 지하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3일 내일신문이 입수한 최근 10년 서울시 땅꺼짐 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반침하 사고는 여름철 우기에 집중됐다. 내일신문 분석 결과 10년간 총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 228건 가운데 110건이 6~8월에 발생했다.

10년 누적 기준 6월 23건 7월 46건 8월 41건으로 특히 7·8월 발생 빈도가 가장 높았다. 6월 장마를 시작으로 우기가 시작된 뒤 물을 머금은 지표 아래가 취약해지고 이 때문에 지반이 무너지는 현상이 7, 8월에 나타난다는 것이 전문가들 진단이다.
지반침하보다 규모가 작은 포트홀도 우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크고 작은 포트홀이 연평균 3만187건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1만367건이 6~8월에 발생됐다. 포트홀도 지반침하와 마찬가지로 6월을 기점으로 7·8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규모 땅꺼짐인 포트홀은 통상 겨울철이 끝나는 해빙기에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포트홀 역시 우기에 집중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하 안전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도 여름철 지하 안전 위협 = 여름철 지하 안전이 우려되는 것은 폭우 때문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폭우에 더해진 폭염이 복병이라고 지적한다. 뜨거운 태양열이 지표면을 달궈 아스팔트가 연약해지고 연약해진 지표는 많은 물 때문에 흐트러진 토사 상황과 맞물리면서 지반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기상청은 올여름 폭우와 함께 폭염을 예고한 상태다.

서울시도 여름철 지하 사고에 대비해 각종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최근 GPR 지반탐사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지반 탐지 신기술 도입에 나섰다. 지하 20m 깊이까지 탐사가 가능한 ‘관측망’ 도입이 대표적이다. 막대 곳곳에 설치된 센서들이 땅속에서 지하 상황을 감지하고(지층별 센서 방식) 이를 모아 땅 밑 상황을 파악한다. 사고가 잦은 9호선 4단계 구간에 이달 중 설치하기로 했다. 굴착 공사가 예정된 위치에 관측망을 내려 지반 상황을 미리 감지하는 방식이다. 터널 상부 도로 중앙에 50m 간격으로 12개를 설치키로 했다.
2m 이내 동공 탐사에는 GPR 장비를 확대 운영한다. 법이 정한 기준은 ‘5년에 한번’이지만 최근 사고 우려가 커지면서 1년 주기 탐사로 기간을 단축했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지하안전 대책 상당 부분을 GPR 탐사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 또한 한계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탐사가 필요한 서울 전체 도로 길이는 약 1만7000㎞에 달하지만 현재 보유한 장비를 총동원해도 1년에 7000㎞ 이상 탐사가 어렵다. 그나마 서울시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난해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실시 예정인 지반탐사 규모는 전체 필요량의 1/6에 그친다. 장비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는 늘어나는 지반침하 사고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도로혁신TF를 운영하기로 했다. 2027년까지는 도로기획관 산하에 도로관리 혁신센터를 만드는 등 조직도 갖출 예정이다. 아울러 최근 10년간 지반침하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한 노후 상·하수관로 정비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한 땅꺼짐 사고 전문가는 “폭염 폭우가 예고된 만큼 여름철 지하안전 사고에 집중 대비해야 한다”면서도 “여름철 사고도 결국 근본적인 지반 약화에서 비룻된 것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만 반짝 집중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지하안전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