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자본성증권 조기상환 내년까지 3조8천억원 대기
후순위채 조기상환 2조5천억원 몰려
질낮은 자본으로 자본 확충 부메랑
기본자금 지급여력비율 12.5%p 하락
롯데손해보험이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을 연기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금융당국에 콜옵션 행사 계획을 연기하고, 자본확충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롯데손보는 “금융당국과 논의 결과 조기상환을 보류하기로 했다”며 “자본확충 계획을 마련하고, 금융감독원 등과 상의해 하반기에 콜옵션 행사가 가능하도록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보험사들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내년 말까지 조기상환(콜옵션)이 돌아오는 자본성증권은 3조8078억원에 달한다. 이중 후순위채만 2조5386억원, 신종자본증권은 1조2682억원이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요건 미충족에 따른 금융당국의 콜옵션 승인거절은 이번은 처음”이라며 “조기상환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보험사들의 경우 회사채 발행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채발행, 콜옵션도 안돼 = 롯데손해보험은 5년전 발행한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에 대해 이달 초 조기상환 하려했지만 금감원이 지급여력비율(킥스·K-ICS) 문제로 제동을 걸었다.
롯데손보는 올 2월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신규 발행할 계획을 세웠다. 5월 조기상환하는 900억원의 후순위채를 차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를 제지했다. 후순위채를 발행할 정도로 넉넉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롯데손보 K-ICS는 금감원 기준(150%)을 충족했지만 회사채 발행 및 콜옵션 행사 시점에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K-ICS는 보험사의 재정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다. 고객이 요구하는 보험금이나 예상치 못한 손실 등을 대비하기 위해 보험사가 마련한 자금을 이야기 한다. 보통 지급가능자본(지급가능한 보험료)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백분율을 구하는 방식인데, K-ICS가 150%라면 보험사가 필요한 자본의 1.5배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후순위채 발행이나 콜옵션 행사 전 자기자본확충을 통해 150% 기준을 충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롯데손보는 올해 900억원 외에 내년 12월 신종자본증권 460억원을 조기상환해야 한다. 2027년 9월에는 1400억원의 후순위채 콜옵션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최초 발행금리는 6.80~6.90%다.
송 연구원은 “롯데손보는 시장에서의 평판 저하로 자본성증권 신규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상당한 부담”이라며 “대체 자본확충 수단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 K-ICS비율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지주 계열도 아니고 모기업도 없는 롯데손보의 주인은 사모펀드다. 사모펀드에 인수된지 5년이 지난 터라 현재로서는 적절한 매수자를 찾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시장 평판을 잃으면서 매각도, 자본확충도, 조기상환도 어려워졌다.
◆당국 자기자본 확충 유도 = 이번 콜옵션 사태는 롯데손보 1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험업계 전반에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단계적으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을 요구했다. 고객들이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들이 어려움 없이 보험금을 내주려면 충분한 자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게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기자본 확충을 유도했다. 그러나 롯데손보를 포함한 보험사들이 손쉬운 자본성증권에 집중했다. 질낮은 자본으로 돌려막기 하는 모양새다.
내년말까지 조기상환(콜옵션)이 돌아오는 자본성증권을 회사별로 살펴보면 회사별로는 DB손해보험(4990억원) 교보생명(4700억원) KB손해보험(3790억원) 현대해상(3500억원) 동양생명(3482억원) 메리츠화재(3150억원) 신한라이프생명 미래에셋생명(3000억원) 순이다. 이중 6월 이후 올해에만 조기상환해야 하는 자본성증권은 9938억원이다.
최근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된 동양생명의 경우 올 9월 3492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이 다가온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지난 4월말 5억달러(약 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해외에서 조달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동양생명의 K-ICS는 155.5%였다. 후순위채 발행에 적용된 금리는 6.25%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이 2023년 3월 말 145.1%에서 2024년 9월 말 132.6%로 1년 6개월 만에 12.5%p 하락하였으나 같은 기간 K-ICS 비율은 0.7%p(219.0% → 218.3%)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가. K-ICS 비율을 지키기 위해 기본자본 대신 자본성증권을 확충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2024년 자본성증권 발행액은 8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3년 3조2000억원의 2.7배에 달한다.
이는 현재 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기본자본÷요구자본)은 경영실태평가 항목이지만 의무준수 기준이 없다. 노 실장은 “보험회사 자본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에 대한 의무준수 기준을 도입하고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