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준공기한 압박에 인허가 ‘막장 로비’
반얀트리 해운대 화재 사망사고, 시공사 미완공 상태서 사용승인 추진 … 개관 다가오자 무리한 공사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건설 중인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의 화재 사망사고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엮인 참사로 확인되고 있다.
시공사가 PF 책임준공을 약속했지만 준공기한을 맞추기 어렵게 되자 인허가 로비를 시도했고 개관 날짜가 임박하면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개발업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사업장 시행사는 2024년 11월 27일까지 공사를 마치는 조건으로 2022년 5월 대주단으로부터 3750억원의 PF 대출을 약정했다. 하지만 시공사가 기한 내 공정을 마치지 못하면서 12월 20일까지 준공 유예를 요청했고 이마저도 어렵게 되자 관할 소방서와 기장군청 등에 뇌물을 제공하고 12월 19일 사용승인을 받았다.
사용승인을 받은 뒤 개관 날짜가 다가오자 잔여공사를 급하게 진행하던 중 2월 14일 오전 10시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6명이 숨지고 4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경상을 입었다. 당시 배관 절단과 용접 과정에서 안전 관리가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사용승인을 받은 후에도 공사가 진행된 점을 의심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시행사와 시공사가 사용승인을 받기에는 공정률이 미흡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 감리회사 관계자들에게 회유와 압박 및 뇌물제공으로 허위의 감리완료보고서 등을 관공서에 작성 제출하게 했다”며 “이에 더해 군청과 소방서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업무처리로 인해 미완공 상태인 건축물에 대해 사용승인 받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 PF 사업 한계 드러내 = 이 사업장 시행사인 루펜티스 컨소시엄은 BNK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등을 공동 주관사로 하는 대주단으로부터 2022년 3750억원의 PF 자금을 대출받았다. 루펜티스가 책임준공부 관리형 토지신탁을 KB부동산신탁에 맡기는 방식으로 진행된 대출 구조다.
시행사와 KB부동산신탁은 신탁계약에서 우선수익권을 대주단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PF 트렌치(순위)는 5구간으로 나눠 진행됐다. 트렌치 가장 아래인 5순위 물량은 200억원으로 부산은행이, 3·4순위 950억원은 BNK투자증권이 책임지고 PF가 이루어졌다.
우선수익권의 선순위는 메리츠컨소시엄과 KB부동산신탁이 참여했다. 선순위 물량 2400억원 중 메리츠 컨소시엄이 1900억원, KB부동산신탁이 500억원을 맡았다. 이 개발사업에는 신탁사가 대주단으로 직접 참여했다. 2순위는 DGB캐피탈이 200억원을 책임졌다.
이같은 PF에 참여하는 대주단은 금리로 이익을 얻는다. 이 때문에 신탁사인 KB부동산신탁이 신탁수수료 이외에 대주단으로 참여해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PF 대출금리는 금리는 7~13%로 알려졌다.
PF 대출기간은 36개월이고 시공사는 책임준공 약정을 제공했다. 이 기간을 넘기면 사업 시행권을 가진 KB부동산신탁이 책임준공 미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을 대주단에 제공해야 한다. 시공사는 책임준공 의무 위반으로 채무인수 의무를 져야 한다.
준공예정일이 2024년 10월인데 공정은 더 늦어졌다.
시공사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씨 등은 공정률이 사용승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 감리회사 관계자를 회유하는 방식으로 뇌물을 건네 허위 감리완료보고서를 작성해 관공서에 제출했다. 기장군과 소방서는 지난해 12월 19일 미완공 상태인 건축물에 사용승인을 냈다.
◆로비 통해 일단 사용승인 받고 책임준공 모면 = 이번 사건은 부동산 PF개발사업의 불안한 구조를 드러낸 단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PF대출자금을 인수해야 하는 시공사가 무리하게 공정을 진행해야 하는 과정에서 큰 인명 피해가 난 것이다.
약속한 준공기한이 지나거나 분양률이 저조해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대주단은 기한이익상실(EOD)를 선언하고 사업장을 경·공매에 넘길 수 있다. 시행사는 사업장을 헐값에 넘겨야 하고 시공사는 공사비를 받지 못하고 채무만 지게 되는 셈이다.
반얀트리 해운대 사업장 시공사인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씨는 미회수 채권액이 2500억원까지 늘어나면서 결국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했다.
이같은 사업장은 대주단이 PF자금과 수익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경·공매로 넘겨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출이자도 못내는 한계사업장 384개(3월말 기준)가 경·공매에 나왔다. 1월 194개에서 두달만에 190개 사업장이 늘었다.
하지만 사업장 매각으로 손실을 메워보려 해도 수차례 유찰되거나 수의계약으로 헐값에 넘어간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한 자산신탁사 관계자는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다하지 못하는 사정이 생길 경우 책임준공형 관리신탁을 맡은 신탁사는 시공사를 교체해 준공하거나 이에 대한 배상을 져야 하기 때문에 준공날짜를 중요하게 본다”며 “준공일을 지키기 위해 무리한 공사를 하거나 허가권자에 접근하는 사례가 가끔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성배·부산 곽재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