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대미협상 실사구시적 대응 필요한 때다
미국과 중국이 12일 제네바에서 공동 발표한 경제 무역 협상 성명은 글로벌 관세전쟁에 중대한 전환점을 시사한다. 미국은 지난 4월 2일 이후 중국 상품에 부과한 추가관세 중 91%를 전격 철회하고 나머지 24%에 대해서는 90일 유예를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중국산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원료를 문제 삼아 부과한 20% 추가관세 및 전 세계에 일괄 부과한 보편관세 10% 등 30% 관세만 남았다.
이로써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145%에서 30%로 115%p 내려가게 됐다. 중국도 미국에 부과했던 보복 관세율을 미국과 같은 폭(115%p)으로 내려 기존 125%를 10%로 하향 조정했다. 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80% 수준이 적절하다”고 했고, 일부 미국 언론은 50% 수준 정도로 인하하는 방안을 백악관이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파격적인 결과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행정부의 관세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크게 완화시켰으며, 예측 가능성을 회복한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실제로 폴리마켓은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41%로 하향조정했다.
트럼프행정부 관세정책 둘러싼 불확실성 완화 시장에 긍정적
미중 양국의 이번 제네바 협상을 요약해보면 중국은 90일간은 관세율이 30%이고, 향후 만약 이번에 유예를 받은 항목의 관세를 계속 유예 받지 못하면 54%의 관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그렇다면 중국 입장에서 30~54% 범위의 관세율이 감내 가능한 수준일지 아닐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미국 골드만 삭스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리서치는 매주 48개의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미 수출동향을 추적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은 중국의 대미 수출의 약 70%를 담당하고 있다. 골드만의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중국 수출업체들이 감내 가능하다고 보는 관세율은 30~4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번 협상의 결과는 중국 수출업체들 입장에서 감당 가능한 절충이 이루어진 셈이다.
미국의 관세부과 이전 미국으로부터의 주문량을 100이라고 한다면 관세부과가 시작된 4월 중순 이후 중국 본토 기준 출하량이 50% 이상 줄었다고 답한 업체가 40%, 20~50% 줄었다고 답한 업체 비중이 30%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본토에 가해진 미국의 관세압박 영향이 꽤 컸다고 볼 수 있고 중국이 이번 대화에 나선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협상 결과를 놓고 중국의 승리라고 보는 것은 너무 겉만 본 것일 수 있다.
중국은 30~40% 수준의 관세율 정도면 자국의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 정도 수준에서 최종 협상을 마무리하고 싶을 것이다. 물론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중국의 환율 조작, 지적재산권 침해 등에서 실질적인 양보를 명시적으로 얻지는 못했다.
미국으로서도 몇 가지 취약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협상에 나섰던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중국과의 전반적인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는다. 원하는 것은 전략적 필수품의 디커플링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철강을 자체 생산할 것이고, (품목별 관세인 철강관세는) 우리 철강 산업을 보호한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서 제외된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과 조만간 부과될 의약품 등 전략적 필수품에는 일단 양보가 없을 것이고 그 외의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를 양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새 정부 10% 기본관세 바탕으로 ‘7월 타결안’ 잘 준비해야
이제 우리의 대응이 중요하다. 영국에 이어 중국과의 관세협상 과정을 참고로 기존 한미간 논의가 오간 새 정부 출범 이후 ‘7월 타결안’(July Package)을 잘 준비해야 한다. 미국은 영국 중국과의 관세협상에서 ‘기본관세 10% 원칙’을 유지하며 협상에 임했다. 영국의 경우 기본관세 10%와 자동차 관세 10%만 부과하고 25%의 철강 알루미늄 관세는 폐지하기로 했다. 반면 중국과의 협상에서는 10% 기본관세와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에 부과한 개별 품목관세 25%는 유지했다.
미국이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전략적으로 민감한 대 중국 관세 품목은 장벽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친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전략은 첫째, 기본관세 10%는 피할 수 없는 전제조건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전략 품목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우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미 간 협상은 단순한 관세 문제를 넘어 경제안보, 공급망 재편, 투자협력까지 복합적인 의제를 포함한다. 철저한 실사구시적 접근만이 우리 산업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담보할 수 있다.
안찬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