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세계 경제 성장률 3.0→2.7% 하향…“경제위기와 맞먹어”

2025-05-14 13:00:02 게재

미국·중국·EU 등 주요국도 하향조정

관세전쟁 완화에도 불확실성 여전해

통상마찰 격화되면 투자위축 이어져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하향 조정했다. 종전보다 0.3%포인트(p) 낮다. 2000년 이후 코로나팬데믹 등 네 번의 위기 상황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트럼프 관세전쟁의 그림자가 세계경제를 그만큼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14일 KIEP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담은 ‘2025년 세계경제 전망(업데이트)’을 전날 발표했다. KIEP는 올해 세계경제가 2.7% 성장률을 기록해 지난해(3.2%)보다 0.5%p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촉발한 관세정책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KIEP는 전망했다. 2.7%의 성장률은 2000년 이후 닷컴 버블 붕괴(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코로나19(2020년)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관세전쟁 도발 미국도 하향 = 주요국별로 보면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1.3%로 전망돼 종전 대비 0.8%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관세 부과로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는 가운데 세계교역 축소 등으로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투자 지연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및 실업률 상승 우려, 재정지출 삭감에 대한 상하원의 입장차로 통화·재정정책은 제약받고 있다고 KIEP는 분석했다.

중국의 경우 소비재 이구환신(낡은 제품 새 것으로 교체 지원) 등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무역전쟁, 부동산 시장 침체 등에 따라 올해 성장률은 4.1%에 그칠 것이라고 KIEP는 내다봤다. 이는 중국이 지난 3월 양회에서 제시한 목표치(5% 내외)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유럽 지역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심화와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0.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독일은 0.8%에서 0.0%로, 프랑스는 0.9%에서 0.6%로, 영국은 1.4%에서 1.0%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반면 대미 무역 의존도가 낮은 스페인은 가계소득 증가와 관광 소비 확대 영향으로 2.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 수출 및 설비투자 부진으로 기존 1.0%에서 0.6% 성장으로 수정됐다. 미국 관세 여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인도는 내수 강세와 정부 재정 지출 확대에 힘입어 6.4%의 견조한 성장률이 예상됐다.

아세안 5개국은 대외 교역 불확실성 속에 4.6%로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러시아는 고물가·고금리·전시경제 장기화 등 복합 여건 속에서 2.0%, 브라질은 긴축적 통화정책과 외부 변수에 따라 2.1% 성장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추가 변수도 많아 = KIEP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추가로 끌어내릴 수 있는 위험요인도 많다고 분석했다. 우선 관세 및 통상마찰이 격화할 경우 세계 교역이 둔화하고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의 불확실성 증대로 설비 투자 및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 투자가 지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투자 위축이 나타나고, 교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와 기업에 타격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또 관세로 수입물가 상승, 공급망 차질 등으로 글로벌 물가가 예상보다 높아질 경우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주저하는 등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KIEP는 전망했다.

KIEP는 아울러 과거 저금리 시기를 거치며 부채가 확대된 상황에서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역자산효과’가 발생하면, 소비 둔화와 투자 위축 현상이 나타나 경기 하강 압력이 증폭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IEP는 미국이 대중국 관세를 30%로, 중국은 대미 관세를 10%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해 내년까지 성장률이 예전 수준으로 복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상하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미중 합의로 관세율이 낮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세계) 성장률 자체를 크게 바꿀 만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면서 “(미중 협상으로) 관세가 상호관세보다 낮아진다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투자 지연이 나타나는 부분, 공급망을 중장기적으로 재편해야 하는 부분 등의 (부정적 영향이) 내년까지 지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욱 KIEP 원장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의 전반적인 성숙화로 내수 둔화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돼 대외 부분은 여전히 우리 경제성장 성패의 열쇠”라면서 “6월 출범하는 신정부는 미국발 통상질서의 불확실성에서 발생하는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보다 중장기적 시각에서 무역, 투자, 인력 이동, 기술 교류 등 통상정책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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