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법조계 제도 변화 예고
이재명, 검사 파면제·디스커버리제도 도입
김문수, 공수처 폐지하고 사법방해죄 신설
이준석, 국가공인 탐정제도 도입 공약 눈길
21대 대통령선거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유력 후보들이 법조 관련 제도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놓아 주목된다. 대선 이후 법조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내란극복과 K-민주주의 위상 회복’을 10대 공약의 하나로 제시하며 ‘검찰개혁 완성’과 ‘사법개혁 완수’를 약속했다.
검찰개혁 완성을 위해 이 후보가 내놓은 방안은 수사·기소 분리와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통제 강화, 검사 징계 파면 제도 도입 등이다.
앞서 조국혁신당은 지난해 22대 국회 출범 직후 사실상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기소·공소유지를 맡는 공소청과 주요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4법’(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수사절차법 제정안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민주당도 검찰의 과도한 권한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없애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당 차원의 법안을 발의하지는 않았다. 이 후보가 검찰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만큼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법안 추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사 파면 제도 도입 역시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다. 현재 검사징계법에서 검사에 대한 징계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만 가능한 데 법을 고쳐 다른 공무원들처럼 파면 처분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또 사법개혁 차원에서 온라인재판 제도 도입과 대법관 정원 확대 등을 통해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국민참여 재판을 늘려 국민의 사법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후보는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증거개시제도) 도입과 변호사 비밀유지권(ACP) 법제화도 공약했다. 디스커버리제도는 소송 당사자들이 재판 전 증거와 관련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공정한 재판과 조기 해결을 유도하는 제도다. 증거를 사전에 공개함에 따라 무리하게 소송을 진행하는 사건이 줄고 법원의 사건 부담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ACP는 변호사가 의뢰인과 소통한 내용이나 자료를 법정에 제출하거나 공개하지 않을 권리로 그동안 변호사업계가 도입을 주장해왔던 제도다.
이 후보는 이와 함께 변호사 징계권을 별도 위원회에 부여하는 방안도 공약했다. 현재 변호사 징계는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변호사징계위원회가 담당하고 있어 ‘제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변호사 징계를 독립적인 위원회에 맡겨 변호사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김문수 국의힘 대선 후보는 이 후보와는 반대로 검찰 권한을 강화하는 공약을 내놨다. 그는 정치권력을 악용한 수사 및 재판 방해 방지를 위해 사법 방해죄 신설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수사나 재판 등 사법 절차를 방해하는 모든 행위를 범죄로 정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거짓 증거를 제출하거나 허위로 진술하는 행위, 참고인이나 증인의 출석·진술을 방해하는 행위 등이 해당된다. 현재 우리나라 형법에는 증거인멸죄, 위증죄 등 개별 죄목만 있을 뿐 사법 방해죄라는 별도의 죄목은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폐지도 김 후보의 주요 공약이다. 그는 공수처의 무리한 수사가 사법체계 혼란을 가져왔다는 판단에 따라 공수처를 없애고 수사권을 검찰과 경찰로 이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정부기구 효율화 차원에서 공수처 폐지를 공약했다. 이 후보는 또 교권 보호를 위한 ‘교사 소송 국가책임제’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다. 교사가 직무 관련 민·형사 소송에 휘말릴 경우 교육청이 직접 소송을 대리하고 시도교육청에 전담 변호사를 배치해 수사와 재판 전 과정을 지원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10대 공약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이 후보는 공인 탐정 도입을 약속해 눈길을 끈다. 국가자격시험을 통해 공인 탐정을 선발하고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형사사건 수사경력 10년 이상 을 보유한 경우에는 일부 시험을 면제해 숙련된 수사인력의 전문성을 활용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다만 공인 탐정 업무는 실종자 수색, 재산권 분쟁 조사 등으로 제한되고 개인정보·통신비밀 침해행위 등은 금지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선거 이후 공약이 이행될지 지켜봐야겠지만 누가 되느냐에 따라선 법조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