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부터 현대까지 ‘인쇄의 모든 것’
송파책박물관 전시 이어 기록물도 호평
“책과 인쇄문화 가치 확산에 주력 계획”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았는데 새로운 분야라 다들 집중해서 관람하더라고요. 그 기획전시를 다시 보는데 조금 더 정리된 느낌이랄까요? 소장하는 즐거움도 있고요.”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책박물관에서 전시 안내 자원봉사를 하는 주민 김희정(52·가락동)씨는 지난 기획전시를 잊지 못한다. 그는 “100번 설명 듣는 것보다 영상 한번 보는 게 낫다고 추천했다”며 “가상현실 전시로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21일 송파구에 따르면 국내에서 책을 주제로 한 박물관으로 처음 문을 연 송파책박물관이 인쇄를 주제로 한 기획전시에 이어 당시 내용을 담아 출간한 기록물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인쇄, 시대의 기억을 품다’는 주제로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기획전시를 진행했는데 26만명이 관람한 데 이어 해당 전시 도록(圖錄)으로 2관왕을 차지했다. 이달 들어 한국박물관협회에서 시상하는 ‘올해의 박물관·미술관상’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학회 학술상에서 특별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송파책박물관은 지난 2019년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에 문을 연 국내 첫 공공 책박물관이다. 책과 관련된 문화유산을 수집·보존·연구하는 한편 전시와 관련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기획전시실 상설전시실 야외정원 등을 활용해 책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구는 아예 과 규모로 전담 부서를 꾸려 체계적으로 챙기고 있다.
‘인쇄…’는 지난해 준비한 기획전시다. 한국 책 문화의 핵심인 인쇄의 역사를 고려시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별·주제별로 선보이면서 다양한 사례와 이야기를 곁들였다. ‘세상을 뒤흔든 인쇄’ ‘인쇄, 지식의 보급’ ‘새로운 세상을 향한 목소리’ 등 5개 주제를 유물과 사진 영상 등으로 재조명했다. 김예주 학예사는 “인쇄술 발명은 지식과 정보를 보급하는 데 있어 획기적인 일이었다”며 “긴 세월동안 선조들은 최선의 인쇄기술을 찾고자 부단히 노력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다소 낯선 주제였는데도 불구하고 학생부터 가족단위 방문객까지 줄을 이었다. 약 9개월에 걸친 전시기간 25만7531명이 책박물관 기획전시실을 들렀다. 관람객들은 “인쇄의 역사는 그저 추측만 하고 있었는데 실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활자와 인쇄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책을 귀하게 여기고 읽겠다”는 평을 남겼다. “일본에서 왔는데 너무 재미있게 보고 간다”는 외국인 의견도 있었다. 5130명이 참여한 설문에서는 98%가 ‘만족한다’ 94%는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답이 나왔다.
‘인쇄는 시대의 표현이자 역사의 증언이다’는 부제를 단 도록은 그 기획전시의 취지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단순히 전시 내용을 다시 담는 데 머물지 않고 인쇄기술의 역사부터 발전 과정을 세세하게 풀어냈다. 청록 자홍 노랑 검정(CMYK) 네가지 색으로 출발해 인쇄에 사용하는 다양한 종이부터 목판 금속활자 납활자 등 기술 발전까지 담았다. 한국박물관협회가 박물관과 미술관 발전에 크게 공헌한 인물이나 기관에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상인 ‘올해의 박물관·미술관상’을 송파책박물관에 안긴 이유다. 국립중앙박물관회는 과거 유산뿐 아니라 현대 인쇄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인쇄문화의 역사와 맥락을 풍부하게 전달했다며 특별상을 수여했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책과 인쇄 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독서문화 활성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송파책박물관의 노력이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며 “책문화와 관련된 특색있는 전시, 다양한 책과 행사를 선보이는 국내 대표 책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