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변수는 이재명의 입? 유세 즉흥 발언 ‘주의보’
특유의 직설 화법이 공세 빌미 … 국민의힘·개혁신당 “위험한 사람” 협공
“현장 발언 분량 줄여야” “꼬투리 잡는 사람이 문제” 캠프-후보 간 온도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독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민주당 내에선 이 후보의 유세 중 즉흥 발언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작은 말실수가 상대 지지층의 결집을 부추기는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모습이다.
일주일째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공세를 퍼붓고 있는 ‘커피 원가 120원’ ‘호텔경제’ 발언은 모두 유세장에서 나왔다.

전북 군산 유세장에서 이 후보는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 정비 사업을 하며 상인들을 설득했던 커피 원가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또 2017년 대선 당시 지역화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예로 들었던 호텔 10만원 예약금 이야기도 언급했다. 과거에도 이미 논란이 됐던 발언을 다시 꺼내 스스로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결국 첫 TV토론 내내 이 후보 공격의 소재로 활용됐다.
‘이재명 대세론’을 차단해야 하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 후보의 발언을 놓고 거의 협공을 하고 있다. 개혁신당에선 “죄송하다고 하며 넘어갈 일을 스스로 일을 키우고 있다”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고집부리는 것이 윤석열과 다를 바 없다”고 이 후보를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선 “이 후보는 논란의 책임을 국민의힘과 언론에게 돌리는 적반하장식 태도까지 보였다”면서 “상처 난 소상공인들의 가슴에 재차 소금을 뿌린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 후보 캠프 안에선 이 후보의 즉흥 발언들이 자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많은 편이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고자 하는 입장에서 보면 다 문제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정제된 현장 발언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로 이 후보의 현장 유세 발언들이 논란의 경계선 상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이 후보 용산 유세 발언 중 “(윤석열 정권이) 오랫동안 북한을 자극했는데 북한이 눈치를 채고 잘 견딘 것 같다”는 부분을 놓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공세를 퍼부은 것도 한 예다.
권 원내대표는 “북한이 잘 견뎠다고 두둔하는 안보관은 말문을 막히게 한다”면서 “통수권자로서 역량 측면에서 빵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에선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그런 끔찍한 상황을 계획했던 내란 수괴를 향한 분노이고, 그 계획이 다행히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안도”라고 반박했다.
지지자들이 모인 현장 분위기가 고조되다 보니 이 후보 특유의 직설 화법이 더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이 때문에 캠프 내에선 현장 연설 분량을 줄이거나 즉흥 연설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 후보 입장은 좀 다른 듯하다. 전날 경기도 유세장에서도 이 후보는 “캠프에서 후보가 말이 많아 자꾸 꼬투리 잡히니 써놓은 것만 읽으라고 하는 게 지침”이라면서도 “꼬투리 잡는 사람이 잘못이지 잡힌 제가 잘못이냐”고 정면 돌파를 택했다.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언론의 고의적 왜곡이나 정치적 상대가 조작하는 것이 문제지 저는 필요한 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