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변수는 이재명의 입? 유세 즉흥 발언 ‘주의보’

2025-05-21 13:00:25 게재

특유의 직설 화법이 공세 빌미 … 국민의힘·개혁신당 “위험한 사람” 협공

“현장 발언 분량 줄여야” “꼬투리 잡는 사람이 문제” 캠프-후보 간 온도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독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민주당 내에선 이 후보의 유세 중 즉흥 발언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작은 말실수가 상대 지지층의 결집을 부추기는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모습이다.

일주일째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공세를 퍼붓고 있는 ‘커피 원가 120원’ ‘호텔경제’ 발언은 모두 유세장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0일 경기 김포시 구래역 문화의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전북 군산 유세장에서 이 후보는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 정비 사업을 하며 상인들을 설득했던 커피 원가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또 2017년 대선 당시 지역화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예로 들었던 호텔 10만원 예약금 이야기도 언급했다. 과거에도 이미 논란이 됐던 발언을 다시 꺼내 스스로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결국 첫 TV토론 내내 이 후보 공격의 소재로 활용됐다.

‘이재명 대세론’을 차단해야 하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 후보의 발언을 놓고 거의 협공을 하고 있다. 개혁신당에선 “죄송하다고 하며 넘어갈 일을 스스로 일을 키우고 있다”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고집부리는 것이 윤석열과 다를 바 없다”고 이 후보를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선 “이 후보는 논란의 책임을 국민의힘과 언론에게 돌리는 적반하장식 태도까지 보였다”면서 “상처 난 소상공인들의 가슴에 재차 소금을 뿌린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 후보 캠프 안에선 이 후보의 즉흥 발언들이 자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많은 편이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고자 하는 입장에서 보면 다 문제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정제된 현장 발언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로 이 후보의 현장 유세 발언들이 논란의 경계선 상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이 후보 용산 유세 발언 중 “(윤석열 정권이) 오랫동안 북한을 자극했는데 북한이 눈치를 채고 잘 견딘 것 같다”는 부분을 놓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공세를 퍼부은 것도 한 예다.

권 원내대표는 “북한이 잘 견뎠다고 두둔하는 안보관은 말문을 막히게 한다”면서 “통수권자로서 역량 측면에서 빵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에선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그런 끔찍한 상황을 계획했던 내란 수괴를 향한 분노이고, 그 계획이 다행히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안도”라고 반박했다.

지지자들이 모인 현장 분위기가 고조되다 보니 이 후보 특유의 직설 화법이 더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이 때문에 캠프 내에선 현장 연설 분량을 줄이거나 즉흥 연설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 후보 입장은 좀 다른 듯하다. 전날 경기도 유세장에서도 이 후보는 “캠프에서 후보가 말이 많아 자꾸 꼬투리 잡히니 써놓은 것만 읽으라고 하는 게 지침”이라면서도 “꼬투리 잡는 사람이 잘못이지 잡힌 제가 잘못이냐”고 정면 돌파를 택했다.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언론의 고의적 왜곡이나 정치적 상대가 조작하는 것이 문제지 저는 필요한 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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