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3년…“기업, 책임회피·문서작성 치중”
경실련, 중대시민재해 예방 강화 토론회
“유사 사고 정보공유·협력돼야 실효성”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된 지 3년이 지났지만 기업들이 여전히 법적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서류상 안전’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채종길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2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주최로 열린 ‘중대시민재해 예방 강화’ 토론회에서 “중처법의 패러다임이 처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첫 주제발표를 맡은 채 위원은 중처법 시행 이후에도 2022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가 전년 대비 증가 추세라는 점을 짚으면서 사망과 같은 중대사고의 경우 큰 감소 추세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중대재해 예방보다 법적 책임 회피에 초점을 맞추며 형식적인 안전수칙과 문서 작성에만 치중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비판했다.
채 위원은 분당 정자교나 의왕 방음터널 화재를 들며 “유사한 과거 사고에 대한 정보가 관리주체 간 공유되지 않는 한 법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개별 관리주체가 내부 의무사항만 규정하고 있지, 관리주체 간의 협력 공유 의무가 없고, 과거 유사 사고로부터 조직 간 학습이 이루어질 법적 체계가 없다는 설명이다.
채 연구위원은 중처법의 본래 취지인 실질적 예방을 위해 △안전정보 공유체계 구축 의무 신설 △정보공유 플랫폼 참여 의무화 △유사시설 안전점검 의무 강화 △안전정보 은폐 금지 및 처벌 조항 △전문인력 확보 의무 추가 등 다섯 가지 조항을 법에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김정곤 방재관리연구센터 연구실장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법률이 적용돼 예방효과가 미비하다”며 “중대시민재해 대상을 협의적으로 한정하고 있어서 중대시민재해 대상이 아닌 곳에서 중대시민재해에 준하는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중처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법을 총괄하고 있어서 국토·환경 등 관련부처가 중처법에 미온적이라는 점도 짚었다. 김 실장은 또 “중대시민재해는 ‘결함’이 직접적인 원인인 재해에 한정되다 보니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다”며 “공공부문에서 발생한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정치인을 기소해야 하므로 처벌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토론자인 전인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중대산업재해와 달리,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하면 중처법을 의율하는 곳은 경찰, 검찰이고, 주무부처인 환경부, 국토교통부, 소방청 어느 한 부처도 중처법을 집행할 권한이 없다”며 중대재해 발생 전 예방 단계에서의 법 집행에 대한 규정을 추가하고 관할 부처를 명확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