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기 국고채 급증…10년 발행 잔액 48% '20~30년물'

2025-05-23 13:00:03 게재

평균 잔존 만기 7.1년 →13.2년으로 늘어

유동성 저하 우려 … 만기 분산 관리해야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만기가 빠르게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증가한 발행 잔액의 47.9%는 만기 20~30년물이었다. 작년 말 기준 30년 만기 국고채 발행 비중은 30.2%를 기록하는 등 초장기 국고채가 급증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국고채 평균 잔존 만기는 2014년 7.1년에서 2024년 13.2년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주요국의 평균 잔존 만기 변동 폭이 2년 이하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시장전문가들은 초장기물의 증가는 국고채 시장 유동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만기 분산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0년물 중심으로 장기채 크게 증가 = 22일 자본시장연구원은 서울 금투센터빌딩 자본시장연구원 대회의실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국고채 만기 장기화의 배경과 효율적 관리를 위한 시사점’을 이슈 브리핑을 개최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한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최근 국고채 발행은 30년물을 중심으로 장기채가 크게 증가했다. 30년물 도입은 2012년 9월로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지만 빠르게 발행이 증가하며 비중이 커졌다. 2014년 말 대비 2024년 말 국고채 발행잔액은 총 609조원 늘어났는데, 그중 약 절반(47.9%)에 해당하는 291조원이 30년물에 해당하는 잔존 만기 20~30년의 증가분이다.

우리나라 국고채는 초장기물 발행이 대폭 증가하면서 평균 잔존만기가 2014년 7.1년에서 2024년에는 13.2년으로 6년 이상 늘었다. 주요국의 경우, 최근 10년 동안 평균 잔존 만기의 변동 폭이 2년 이하에 반해 우리나라 국고채는 변동 폭이 큰 셈이다.

◆보험사 수요 크게 증가…초장기 민간 채권 공급 미비 = 국고채 만기가 장기화 된 배경 중 하나는 보험산업의 제도변화로 보험사를 중심으로 초장기물 수요가 크게 증가한 점을 꼽을 수 있다.

기존 회계기준(IFRS4)에서 보험사들은 부채를 원가로 평가했는데, 새로운 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서 2023년부터는 현재 시점의 할인율을 적용해 시가로 평가하게 됐다. 새로운 제도 시행으로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서 보험사들이 금리 위험을 줄이기 위해 초장기 국채를 대량 매입한 것이다.

국고채 외 초장기 채권 공급 미비도 또 다른 원인이다. 2010년 이후 만기 20년 이상으로 발행된 채권을 보면 88.1%가 국고채다. 국고채 이외의 초장기물도 공기업이 발행하는 특수채가 대부분이다. 민간 부문이 발행하는 초장기 채권은 거의 없다.

이는 30년물 채권의 낮은 수익률에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는 초장기 국고채 공급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초장기물에 대한 투자수요가 지속되면서 국고채 30년물 수익률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채권 수익률은 통상적으로 만기가 길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주요국에서는 30년물 수익률이 10년물 수익률을 상회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30년물이 10년물보다 수익률이 낮다.

정 연구위원은 “이 같은 초장기물은 시간이 지나면 경과물(비지표물)로 바뀌어 거래가 줄고 유동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행 한도 관리 …만기 1년 이하 단기 국고채 도입 = 초장기물의 발행 규모 확대로 인해 특정일에 집중된 대규모 만기도래분이 향후 국고채 관리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4년 말 기준으로 발행 잔액이 20조원 이상인 국고채 종목을 보면 30년물이 거의 대부분이다. 이 중 발행 잔액이 가장 큰 종목(국고01875-5103)의 경우 만기도래 규모가 50조원에 달한다. 만기일인 2051년 3월 10일에는 30년물뿐 아니라 향후 발행될 2년물과 5년물도 함께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큰 규모다.

각 종목의 만기일에 해당 발행 잔액을 일시에 상환해야 함에 따라 정부 입장에서는 만기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단기간에 집중된 만기를 차환하기 위해 국고채 발행 규모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수급 여건 악화 및 시장금리 상승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특히 발행 잔액 상위 종목은 모두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데, 통상 조기 집행 등으로 상반기에 자금 소요가 큰 정부의 재정 활동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만기도래분 상환을 위해 정부가 기금 등을 통해 운용하던 자금을 대규모로 환수하면 단기자금시장의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정 연구위원은 “향후 대규모로 발행되었던 30년물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만기를 분산하기 위한 조기상환과 교환의 탄력적인 운용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므로, 주요국과 같이 발행잔액 또는 순증액을 기준으로 발행한도를 관리 할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의 개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리 사이클과 무관하게 구조적으로 초장기물을 필요로 하는 투자자는 보험사 및 연기금으로 한정되어 그 수요 기반이 넓지 않다”며 “정부의 자금조달에서 특정 업권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점에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국고채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도 주장했다.

정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초장기물에 대한 발행 집중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 국고채시장은 충분한 유동성이 뒷받침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가격발견 기능을 개선하여 단기 지표금리의 유용성을 제고할 것으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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