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재부 개편’ 후순위…의원 장관 겸직 금지 “찬성”

2025-05-27 13:00:02 게재

경실련 78개 질의에 답변 공개 … “내각제 요소, 제왕적 대통령제 강화”

국회의원 부동산임대업 겸직 ‘반대’, 독립 윤리기구에 징계요구권 부여

AI윤리법제화엔 “산업발전 저해” … ‘인사검증자료 공개’에 부정적 의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검찰 개혁을 포함한 사법개혁, 언론개혁에 이어 기획재정부 기능 분리 등 정부조직 개편도 후순위로 밀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민생과 성장 중심주의를 앞세우며 AI윤리보호법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집권을 고려한 탓인지 야당 때 요구했던 ‘인사검증자료 공개’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불편해도 투표는 합니다’ 27일 대구 중구 재활전문치료 의료기관인 남산병원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거소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2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이 후보를 비롯한 4명의 후보자들에게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에서 이 후보는 ‘기재부 기능 분리 및 국무조정실 이관’과 관련해 “총체적 관점이 필요하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기획재정부의 기획·예산 기능을 국무조정실 또는 대령실로 이관하고 경제정책과 재정정책 기능을 분리해 권한집중을 해소해야 한다’는 민주당 내부에서 강하게 요구했던 내용에 대해 이 후보는 찬성이나 반대 입장을 내지 않고 ‘기타’에 표시하고는 “필요성과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구체적 정부조직 편제는 총체적 관점에서 목적에 부합하도록 구성할 것”이라고 했다.

조직개편에 대한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은 최근 검찰 등 사법개혁, 언론개혁 등을 후순위로 미룬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 검찰 개혁이 중요하지만 정권 초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급하지 않은 갈등적 사안에 집중하면 에너지를 모으기 쉽지 않다”고 했다. “갈등적 요소가 적은, 시급한 국민들의 민생과 관련된 것에 우선 집중하겠다”며 “(당선 되면) 정권 초기에는 모든 에너지를 민생, 경제의 회복에 둬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처리 방침과 언론의 자유 위축 우려 등에 대해서도 “급한 일 아니니까 나중에 생각해보자”고 뒤로 미뤄뒀다.

특히 이 후보가 검경수사권 분리 등 검찰개혁법에 대해서는 ‘찬성’입장을 명확히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찬성’ 의견을 내지 않은 기재부 대수술 과제는 크게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면서도 금감원의 법적근거를 만드는 부분에 대해서는 “금융감독기관의 불투명하고 자의적인 운영의 문제를 해소하고 감독 가능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권력기관장 임명 국회동의 의무화 = 헌법을 고쳐 선출기관인 국회의 통제를 확대하는 데에도 강한 동의를 표했다. 국무총리뿐만 아니라 부총리, 국정원장, 검찰총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에 대해서도 국회의 동의 절차를 헌법에 명시해,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국회의 실질적 견제 기능을 도입해야 한다는 데에 찬성 입장을 냈다. 대법관, 헌법재판관, 감사위원, 선관위원 임명 때에도 국회 동의를 의무화하고, 독립적인 검증 기구를 도입해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의 고위 공직자에 대한 내부 인사 검증 자료 공개’엔 반대했다. “도덕성 검증 자료 등 매우 내밀한 자료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내부 인사 검증 자료를 공개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였다.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을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냈다. “현행 헌법의 내각제적 요소가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제를 강화하는 기능을 해왔다는 점에서 내각제적 요소를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는 허용하고 있는 국회의원의 부동산 임대업 겸직을 금지하는 데에 찬성의견을 낸 것도 눈에 띄었다. 그러면서 국회 윤리특위와 별도로 독립적인 윤리조사기구를 신설하고 조사권과 징계 요구권을 부여해 실효성 있는 국회의원 징계제도를 도입하는 데에 동의했다.

◆건강보험료, 재산보다 소득 중심 부과 = 감사원의 회계감사권이 아닌 일반 감사 기능까지 국회로 옮겨오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감사원의 회계검사권한을 국회로 이관하여 국회 내에 회계검사처(가칭)를 신설하고 감사원은 행정기관·공무원에 대한 직무감찰만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바일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있어 불공정행위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구글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고 고의나 과실이 없음을 앱마켓 사업자가 입증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탄소세 도입은 ‘중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건강보험 부과체계의 경우엔 “재산부과 기준을 줄이고, 소득중심의 단일부과체계로 공정성과 형평성을 강화하는 것에 적극 동의한다”고 했다.

AI 개발자의 책임 명시, 생성형 AI의 저작권 보호 기술 적용을 의무화하는 AI 윤리 법제화에 대해서는 산업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 후보는 “현재 주요 국가 중 AI 개발자의 책임을 법에 명시하고, 생성형 AI에 저작권 보호 기술 적용을 의무화한 사례는 없으며 이는 강제적인 규제가 AI 기술의 혁신성과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자율규제를 통해 규율하는 것이 AI 산업 발전과 윤리의 균형을 도모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한편 경실련은 “김문수 국민의힘은 단 하나의 항목에 대해서도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고 했다. 경실련은 각 정당과 후보에게 정치 경제 부동산 사회분야 총 78개 항목에 대한 정책 질의서를 보낸 바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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