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4대 은행, 스테이블코인 발행 검토

2025-05-28 13:00:13 게재

국경 간 송금·실시간 결제 시장 겨냥 … 규제 완화 속 민간 발행 경쟁 본격화

이달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글로벌 마켓 콘퍼런스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올해 콘퍼런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렸다. EPA=연합뉴스
미국 주요 대형 은행들이 암호화폐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작)자로 전했다. 암호화폐 시장의 급성장에 대응해 전통 금융권이 직접 반격에 나선 셈이다.

이 논의에는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대형 은행들과 이들이 공동 지분을 보유한 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전했다. 참여 회사에는 P2P 결제 시스템인 젤(Zelle)을 운영하는 얼리 워닝 서비스, 실시간 결제 네트워크인 클리어링 하우스도 포함된다.

이 은행 컨소시엄 논의는 아직 초기 개념적 단계에 있으며, 향후 변경될 수 있다. 최종 결정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의 처리와 함께, 시장 수요가 사업화에 충분한지를 은행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은행권은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널리 채택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 왔다. 특히 대형 기술기업이나 유통업체들이 이 분야에 진입할 경우, 은행들이 처리하는 예금과 거래가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은행업계는 2년 전 규제 당국의 집중 단속 이후 암호화폐 영역에서 뒤처진 상태다.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한 가상화폐를 말한다.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로 미 달러나 유로 등에 교환가치가 고정되게 설계된다.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시장 내에서 디지털 달러처럼 기능하며, 현금을 보관하거나 다른 토큰을 구매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통상 그 가치를 지탱하기 위해 담보를 두는데 미 국채가 담보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달러는 국제 자금세탁방지 규제, 은행 연동 문제 등으로 인해 직접 연동되기 어렵기 때문에, 1달러에 고정된 디지털 자산인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대체물’로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가격은 달러로 표시되지만, 실제 매매는 대부분 ‘USDT(테더)’나 ‘USDC(서클)’ 같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진다.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결제 시스템보다 거래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전통적 결제망에서는 수 일이 소요되는 국경 간 송금과 같은 일상적인 거래에서 그 효용이 부각된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보안성과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규제 리스크로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고 일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WSJ는 대형 은행들의 이러한 논의는 월가 주류 금융과 가상화폐 금융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신호라고 짚었다. 스테이블코인이 효율적인 자금 이동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양측의 접점을 이루는 자연스러운 연결 고리로 여겨져 왔다.

지난달 여러 암호화폐 기업들이 은행 면허나 기타 금융기관 인가를 받기 위해 당국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보도된 바 있다. 이는 은행 및 비은행 기관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한 법안이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19일 미국 상원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GENIUS 법안(GENIUS Act)’을 절차적 표결(procedural vote)에 부쳐 찬성 66표, 반대 32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은 정식 상원 본회의 표결에 앞서 토론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법률회사 폴 헤이스팅스의 22일자 보고서에 따르면, 최신 수정된 해당 법안에는 비금융 상장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은행 로비단체들이 요구했던 전면 금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관련된 암호화폐 사업에 대한 이해충돌 우려를 제기하며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 법안이 대통령의 부당한 이익을 조장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은 지난해 9월 가상화폐 플랫폼 ‘월드리버티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을 출범해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밈 코인 등을 판매한 데 이어 올 3월 말 ‘USD1’이라는 이름의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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