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선 노동공약

이재명 “노동 존중 사회”, 김문수 “기업 규제 완화”

2025-05-30 13:00:05 게재

노란봉투법 추진에 ‘위헌’, 중대재해법 강화엔 ‘완화’ 맞서 … 이준석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 권영국 가장 진보적 노동개혁안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내놓은 노동정책은 정당의 이념 성향에 따라 뚜렷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노동자 권익보호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기업 규제 완화에 초점을 뒀다. 특히 유력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노동공약은 근로시간 계속고용 노동권 등 대부분 정책에서 분명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이재명과 김문수 후보는 임금체불 엄벌과 근로기준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일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입장을 같이 했다. 다만 그 정도와 방법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였다. 이재명 후보가 근로기준법 확대, 근로자 추정 제도 도입 등 근로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반면 김 후보는 노동약자보호법 및 직장내 괴롭힘 특별법 제정, 비정규직·여성 대상 ‘부분 근로자 대표제’ 도입 등 특정 분야와 대상의 권리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을 제시했다.

제21대 대선 후보자 토론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민주노동당 권영국·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왼쪽부터)가 27일 서울 마포구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정당별 공약집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10대 공약 중 일곱번째로 ‘노동 존중 및 권리 보장’이라는 제목으로 “공정한 노동환경과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겠다”고 친 노동계 공약을 제시했다.

●이재명, 친 노동계 공약 제시 = 자영업자나 특수고용 및 플랫폼 노동자 등 일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터 권리 보장을 위한 기본법’의 제정과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기업 등이 근로자에 대한 고용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 계약으로 ‘무늬만 프리랜서’로 만드는 위장 도급 등을 방지하기 위해 ‘근로자 추정 제도’ 도입을 새롭게 제시했다.

현재 기업 단위로만 이뤄지는 단체 교섭 및 협약 모델을 산업·업종·지역 단위로 확대와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를 개정하는 것 또한 대표적인 노동자 권리 증진 정책이다. 노란봉투법은 민주당 주도로 이미 두차례나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무난히 추진될 전망이다.

고령자 고용정책으로 그간 퇴직 후 재고용, 법적 정년 장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데 윤석열정부는 재고용 방안에 힘을 실었지만 노동계와 민주당은 법적 정년연장을 주장해왔다.

주 4.5일제의 경우 우리나라의 평균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는 주 4일제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다.

그는 장시간 노동과 공짜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된 포괄임금제(추가근무수당을 급여에 미리 포함하는 계약 형태) 또한 근본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하고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을 모든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법체계로 개편해 정부 내 노동안전보건 체계를 통합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근로감독 인력 증원 및 지방공무원에 특별사법경찰권 부여, 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 내 체불임금을 국가가 대지급금으로 전액 지급, 노동분쟁을 전담하는 노동법원 설립 추진 등도 주요 공약에 포함됐다.

●김문수, 노동계보다 경영계 환영 정책 = 김문수 후보는 10대 공약의 첫머리에 ‘자유 주도 성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배치하고 세부 공약 가운데 하나로 ‘노사 합의를 기반으로 주 52시간제 근로시간 개선’을 제시했다. 노동정책을 ‘노동개혁’으로 표현하며 노동계보다는 경영계에서 환영할만한 정책을 내놨다.

근로자들이 잘되려면 기업이 잘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김문수 후보는 주 52시간제의 유연성을 강화하고자 연장근로 단위를 확대하고 고소득 전문직 근로자를 제외하는 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에 대해 노사 합의로 주 52시간제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반도체특별법을 옹호했다. 국민의힘은 주 40시간을 유지하면서 근무형태를 조절하는 ‘유연근로형 주 4.5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이 임금체계를 개편하고자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노조나 노동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의견 청취’만으로 가능하도록 완화하겠다고도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처벌 수준을 완화하고 노조의 노동3권 남용방지 장치를 마련해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청년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법정 정년연장에 반대해 온 그는 ‘대기업 신입 공채 도입 장려’ ‘청년 창업 지원’ 등 청년이 일하고 싶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양질의 일자리’ 부문에서 65세 이후 고용보험 가입 및 실업급여 혜택 부여, 중장년고용정책기본법 제정 등 고용 부문에서의 근로자를 위한 정책들을 별도로 제시했다.

김문수 후보는 당선 시 노동정책의 방점은 ‘일자리 창출’에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에 세금과 부담금을 줄이는 혜택도 주겠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자본·기술·노동 3대 혁신으로 경제를 대전환해 함께 잘사는 새로운 성장과 번영의 시대를 실현하겠다”며 “규제 완화와 세제 정비, 투자 활성화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기업의 리쇼어링 촉진” = 이준석 후보는 10대 공약 가운데 4순위로 ‘최저임금 최종 결정 권한 지방자치단체 위임’을 공약했다. 중앙정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가 기본 최저임금을 결정한 후 각 지자체가 이를 기준으로 30% 범위 내에서 가감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 적용제’ 도입이다.

또 기업의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촉진하겠다면서 최대 10년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하고 기업이 외국에서 고용한 노동자를 국내에 데려오기 쉽도록 특수 비자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권영국 후보는 노동자 기업 인수 지원제도, 전국민 일자리 보장제, 노란봉투법 추진, 산별교섭 제도화, 청년고용보장, 임금공시제 등 가장 진보적인 노동개혁안을 제시했다. 노동기본권 보장과 단체교섭 확산을 중심에 두고 사회안전망 강화와 노동 민주주의 실현하는 정책의 방향성과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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