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변수 떠오른 ‘이준석 발언’…득실 계산 분주

2025-05-30 13:00:21 게재

이재명, 무뎌졌던 가족 리스크 재부각되나

김문수, 장남 공격 동참하며 반사이익 노려

이준석, 평생 꼬리표로 따라다닐 ‘혐오정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TV토론에서 한 성폭력적 발언 논란이 4일 남은 대선의 막판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입장에선 가족 리스크에 시선이 쏠릴 수 있어 부담이 있다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측은 오래간만에 찾아온 호재로 보고 이재명 후보 공세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이준석 후보는 역공으로 맞섰지만 ‘혐오’를 기반으로 정치한다는 꼬리표를 또 한번 달게 됐다.

지난 27일 마지막 TV토론에서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 아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 원색적 댓글을 인용한 후 대선판은 나흘 내내 이와 관련한 논란으로 뒤덮였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사진 왼쪽부터)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광장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경기 안산시 안산문화광장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서울 성북구 안암역 인근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전남 여수시 주암마을회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류영석 임화영 조남수 기자

‘혐오정치’에 대한 공세가 지속되자 이준석 후보는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을 덮으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서겠다”며 더 세게 반격했다. 정작 비판받아야 할 사람은 이재명 후보와 그 아들인데 왜 자신에게 ‘혐오의 낙인’을 찍느냐는 주장이다. 이준석 후보는 “집단린치가 계속되고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전날만 해도 소극적이나마 사과도 했던 이 후보가 갑자기 태세를 바꾼 것은 이번 논란이 딱히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정치공학적 계산이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측 한 인사는 “당원들이 탈당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늘고 있다. 거리 유세 분위기도 여전히 좋다”면서 “이 후보 지지층은 이런 걸로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효과 중 하나로 제3의 후보가 선거 막판 때마다 시달리곤 하는 ‘사표심리’ 이슈가 사라졌다는 점이 꼽힌다. 국민의힘에서 일부 내세우려고 하던 ‘준찍명(이준석을 찍으면 이재명이 된다)’ 사표심리 자극 캠페인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결국 이번 논란이 대선 득표율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지 몰라도 크게 마이너스로도 작용하지도 않으리라는 게 내부 계산이다.

그러나 당장의 득실을 떠나 장기적으로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의 미래에는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30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 이재명 후보와 싸우며 닮아간 것 같다. (자신의 잘못을) 시원하게 시인하지 않는다”면서 “이준석의 삶이 흑화돼 가고, 평생 꼬리표로 따라다니는 사례를 남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2030 남성이라는 ‘좁고 깊은’ 지지층에 매몰돼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재명 후보 측은 이번 이슈가 당장 대선에 큰 영향을 안 주더라도 그동안 공론장에서 내려갔던 가족 리스크가 다시 떠오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불편해 한다. 조승래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30일 ‘이재명 후보 장남이 쓴 글이 맞는지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이준석 후보에 대해 두 차례 고발을 했는데 그걸로 대신하겠다”고 동문서답을 했다. 김혜경 여사에 비해 대중 노출도가 적었던 장남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처로 해석된다.

최근 국면에서 그나마 플러스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김문수 후보다. 이 후보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서 이재명 후보 아들을 콕 집어 불러냈다. 김 후보는 이 후보 아들의 불법도박, 음란댓글 논란과 관련해 “아들의 바사회적인 행동 또한 사과는커녕 엉뚱한 곳을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를 ‘천박하고 잔인한 사람’이라고 몰아붙이며 이준석 후보가 띄운 장남 검증론에 동참한 셈이다.

최수영 평론가는 “김 후보 입장에선 호재다. 별다른 변수 없이 무난하게 4일을 가게 되면 뒤집을 방법이 없었다”면서 “이번 이슈가 불거지지 않았으면 투표장에 갈까말까 했던 층을 불러낼 수 있게 됐고, 이준석 후보의 연성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어 최소한 (득표율을) 몇 퍼센트는 올릴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분석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이준석 후보 발언의 문제점을 가장 먼저 지적하며 공론화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 권 후보는 27일 토론 직후 이 후보 발언에 대해 “분명한 여성혐오 발언”이라며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이 후보의 29일 반박 기자회견 후에도 다시 입장문을 내고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폭력과 막말을 전시하는 이준석의 나라 보고 싶지 않다”면서 “내란 퇴출에 이어 혐오도 퇴출시키자”고 주장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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