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친윤은 ‘폐족’ 상황을 피할 수 있을까
2007년 17대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530만표 차이로 참패했다. 민주당세력은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진 10년 정권을 뺏겼다. 참패 직후 친노(노무현) 핵심 안희정 당시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위원장은 “친노라고 표현되어 온 우리는 폐족”이라며 이른바 ‘폐족선언’을 했다. 폐족(廢族)은 조상이 큰 죄를 지어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것을 뜻한다.
안 위원장은 “민주개혁세력이라 칭해져 왔던 우리 세력이 우리 대에 이르러 사실상 사분오열, 지리멸렬의 결말을 보게 했으니 우리가 어찌 이 책임을 면할 수 있겠냐”며 대선패배 책임을 스스로에게 물었다.
6.3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승패는 내일이 지나면 알수 있겠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두 번째 ‘탄핵 대선’을 초래하면서 보수정치를 고사 위기로 몰아넣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윤(윤석열)을 문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7년 첫 번째 ‘탄핵대선’을 초래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박근혜)이 ‘폐족선언’의 반성은커녕 여태껏 ‘보수적통’ 행세를 하도록 방관하는 바람에 2025년 탄핵사태가 재발됐다는 반성 때문이다.
국민의힘 주류를 자처해 온 친윤은 지난 3년 간 민심 대신 ‘윤심’만 좇으면서 보수 정치를 위기에 빠뜨렸다. 윤 전 대통령 뜻을 받들어 의원들이 당 대표를 내쫓는 진풍경을 초래했다. 친윤 초선들은 윤 전 대통령과 척을 진 당권주자를 주저앉히기 위해 연판장을 돌렸다.
윤 전 대통령의 불법계엄을 막지 않으면서 계엄 수사는 막아섰다. 한남동 관저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내란수괴’를 지켰다. 민심이 원하는 탄핵을 반대하면서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의리만 신경 썼다. 당원이 선출한 대선후보를 자기들 멋대로 바꾸려다가 당원들에 의해 저지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친윤이란 ‘구태 세력’을 자양분 삼아 윤석열이란 ‘독버섯’이 탄생했고 그는 내란사태로 다시 보수를 붕괴위기로 몰아넣었다.
이제 친윤은 안희정이 했던 ‘폐족선언’을 곰곰이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이 안겨준 공적 권한을 타락한 권력자와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서만 악용했다가 탄핵 당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친윤은 여전히 ‘폐족선언’에는 뜻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내년 지방선거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염두에 두고 당권을 차지할 궁리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가 찰 노릇이다.
친윤은 자신들이 경선에서 배척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호통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두번 탄핵 당한 당일지라도 살아날 기회가 있었는데 니들의 사욕(私慾)으로 그것조차 망친 거다. 누굴 탓하지 말고 다가올 ICE AGE(빙하기)에 대비해라. 박근혜 탄핵 때는 용케 살아남았지만 이번에는 살아남기 어려울 거다.”
엄경용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