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첫 기초단체장 출신 대통령에 거는 기대
기초지방자치단체장 출신 첫 대통령이 탄생했다. 2010년에서 2018년까지 경기 성남시장을 역임한 이재명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이 대통령이 처음 대선에 도전한 것은 2016~2017년 촛불항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경선이다. 헌재의 박근혜 탄핵 직후 2017년 봄 대전에서 열린 충청권 경선에서 이재명 시장을 처음 보았다. 하나마나한 경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재인 대세론’이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는 데다 ‘친노의 적자’라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도전장을 내민 때였다. 충청권 경선이라는 특성 때문에 세간의 관심은 충청에 기반을 둔 안 지사가 얼마나 득표를 할지에 쏠려있었다.
당시 이 시장을 지지하는 선거운동원들을 경선장 밖에서 우연히 만났다. 대부분 전국 각지의 풀뿌리 시민운동가 출신들이었다. 이 대통령 또한 성남 시민단체 출신 시장이었다.
기초단체장이 대선 경선에 도전했을 때만해도 웃어넘기는 이들이 많았다. 속된 말로 ‘관종 정치인’(관심종자의 약자)이라는 조롱까지 따라다녔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 시장은 만만치 않았다. 이 시장과 이들은 선거 막판 부동의 2위였던 안희정 지사를 몰아세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 우리는 기초단체장과 풀뿌리 시민운동의 힘을 보았다. 8년간의 시정을 기반으로 대통령에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성남시장 이후 7년의 세월도 오늘의 이 대통령을 만든 자양분이 됐겠지만 가장 큰 자산이 ‘성남시장’ 경험이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을 “없는 길을 만들어갔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힘든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런 이 대통령을 보며 전국의 시장·군수·구청장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대통령이 누구보다 기초지자체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올해로 지방자치 30년이다. 한 세대가 지났지만 우리의 지방분권 수준은 답답하기만 하다. 여전히 중앙정부가 너무나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중앙정부는 아직도 기초지자체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제대로 맡겨보지도 않고 그냥 믿지 않는다.
지방자치는 해당 지역 사람들이 스스로 다스리는 체제다.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지방자치는 일단 사람을 믿는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사람들을 주인으로 세운다면 잘 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잘못하면 주인답게 책임지면 되고 다시 일어나면 된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믿음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내려놓는다면 더 많은 이재명이, 성남시가 탄생할 수 있다. 시장과 군수, 구청장들은 자신들의 처지와 실정에 맞는 새로운 지방자치를 일궈내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풍성하게 만들 것이다.
윤여운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