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은행 가계여신·부동산대출 급격히 증가…연체율↑
가계여신 작년말 979조 35.6%↑, 부동산업 대출 313조 73%↑
취약업종 대출 부실 점차 커져, 지방은행 연체율 빠르게 증가
코로나19 시기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대규모 자금 지원이 이뤄지면서 올해 9월 71조원 규모의 대출 만기가 도래한다. 이재명정부가 코로나대출 종합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공약으로 내세운 ‘채무조정·탕감 특단 대책’이 어떤 형태로 실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5일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작성한 ‘코로나19 이후 은행 취약 부문 위험 확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이 은행 취약 부분에 집중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은행권역의 코로나 지원(신규대출, 만기연장, 원금상환 유예) 규모는 약 265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기계·금속 제조업이 39조6645억원으로 가장 많고 도매업(33조3541억원), 소매업(18조6960억원), 섬유·화학 제조업(16조4094억원), 음식점업(16조3801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충격이 컸던 취약업종에 대한 금융권 대출 규모는 2018년 423조원에서 지난해말 603조원으로 180조원 가량 늘었다. 취약업종은 코로나 시기에 피해가 집중된 운송, 도소매, 숙박 음식업, 섬유, 석유화학, 철강, 금속가공, 전자, 기계, 자동차 등이다.
시중은행의 대출규모는 2018년 205조원에서 지난해말 288조원으로 40.5%, 지방은행은 41조원에서 51조원으로 24.4% 증가했다. 연체율은 2018년 0.49%에서 2022년 0.31%까지 낮아졌지만, 2023년 0.50%, 지난해 0.55%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은 0.38%로 비교적 낮지만 지방은행은 0.68%로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연체율은 2022년 0.42%에서 지난해말 2.32%로 급증했다.
장병훈 예보 연구위원은 “향후 취약업종대출은 은행 자율협약에 따라 이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정상화될수록 연체 규모가 더욱 확대될 개연성이 큰 부문으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현재 연체율은 코로나 이전 시기보다 높아진 가운데 수도권보다는 지방의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 시기 부산·울산·경남 지역과 대구·경북지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충격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나 향후 이 지역의 부실이 확대될 우려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 19 이후 가계여신이 급증한 것도 향후 은행권의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위험 요인이다. 가계여신 규모는 2018년말 722조5000억원에서 지난해말 979조4000억원으로 35.6% 증가했다. 시중은행 증가율은 23.8%, 지방은행 증가율은 42.9%로 나타났다.
가계여신 연체율은 2018년 0.28%에서 지난해말 0.40%로 상승했다. 시중은행은 0.28%에서 0.30%로 상승폭이 크지 않지만, 지방은행은 0.38%에서 0.70%로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장 위원은 “은행의 가계여신은 코로나 이후 규모가 급격히 커진 상황에서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은행 건전성 문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규모 및 연체율 모두 수도권보다는 지방의 증가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나 부실 가능성의 지역별 편차도 급격히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부동산업 관련 대출도 코로나 시기에 급격히 늘었다. 2018년 181조원에서 지난해말 313조원으로 73% 증가했다.
시중은행은 116조9000억원에서 203조2000억원, 지방은행은 22조7000억원에서 36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연체율은 2018년 0.23%에서 지난해말 0.32%로 상승했다. 시중은행은 0.14%에서 0.25%로, 지방은행은 0.34%에서 0.61%로 상승했다.
장 위원은 “부동산업 관련 대출 역시 코로나 이후 크게 증가했으며 금리 인상 국면에서 특히 지방의 연체율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장 위원은 “전반적으로 코로나 이후 은행업권내에서 잠재돼 있던 부실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코로나 시기에 급격히 증가한 취약 부분의 대출 자산이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거나 다시 한 번 경제 충격이 나타날 경우에는 매우 급격히 부실이 증가할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경제 충격 발생시 수도권보다는 지방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특히 취약 부분 중 특정 지역 및 세부 취약 업종별 대출의 리스크를 세부적으로, 주기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