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없는 국민의힘, 견제구 힘 안 실리네

2025-06-05 13:00:04 게재

민주당, 대법관 증원 법안 등 추진에

“노골적인 입법 쿠데타” 비판하지만

“창당 수준 혁신해야 국민이 신뢰” 자성

대선 패배로 107석의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막기 힘들어졌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표결을 강행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할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은 방법은 ‘여론전’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대선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 지도부의 거취 문제로 내부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 여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5일 BBS 라디오에서 “현재 창당 수준의 혁신과 개혁이 국민의힘에게는 필요하다”면서 “그렇게 해야지만 우리가 건강한 야당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고 건강한 야당의 역할을 되찾아야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거 다음날에도 쇄신 움직임이 없었던 국민의힘은 취임 첫날을 맞은 새 대통령에게 견제구부터 날렸다. 4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기념 오찬에서 ‘통합’을 이야기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통합은 진영 간의 깊은 골을 메우기 위해 서로 우려하는 바를 권력자가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여당이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는 공직선거법·법원조직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매우 심각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법안들에 문제를 제기한 것. 같은날 민주당이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데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날을 세웠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 대통령 당선 10시간 만에 ‘대법관 30명 증원안’을 강행처리한 민주당은 대국민 기만을 중단하고 입법 독재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을 이재명 정권의 방탄 기구로 전락시키려는 노골적인 입법 쿠데타이자, 대선 기간 국민 앞에서 했던 약속을 스스로 뒤집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5일 오후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내란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채해병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을 처리하기로 하면서 국민의힘은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해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연다. 특검 법안 관련 논의를 위해 의총이 소집됐지만 원내대표 교체 등 당 지도부 체제 재편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선거 패배 후 지도부 총사퇴 요구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전날 기자들에게 “저희 당 자체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고,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무엇이 당과 국민을 위한 판단인지 지혜를 모아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같은날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대선 패배 책임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내부 단합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공동체의식을 회복해야 된다”면서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런 저런 요구를 하면서, 우리가 적을 향해서 싸워야 되는데 내부를 향해서 싸우는 이런 모습은 절대적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박소원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