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MBTI와 진보-보수의 세계관

2025-06-09 13:00:12 게재

사람들의 성격을 설명하는 분류 체계로 MBTI라는 게 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쓸모가 있는 편이다. 내 예상과 다른 반응이 나오거나 상대가 뜻밖의 행동을 하더라도 나와 다른 MBTI를 가졌다고 생각하면 상대의 의도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 운동기간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유세를 따라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그 지역에서 만난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국민의힘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이야기하며 “범죄자 대통령은 안 된다”고 했다. 아마 반대입장이라면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이 후보가 재판을 받고 있으며, 내란을 일으킨 세력을 뽑아서는 안 된다”고 했을 것이다.

MBTI에서 T(Thinking, 사고형)와 F(Feeling, 감정형)를 구분할 수 있다는 유명한 질문이 있다. “나 우울해서 빵 샀어”라는 말에 ‘우울한 감정’에 포커스를 맞추는 사람은 F이고, ‘빵’에 집중하는 사람(예를 들어 “무슨 빵 샀어?”)은 T라는 것이다. 이를 이번 대선에 대입하면 ‘내란’에 집중한 유권자들은 정권심판을 주장했을 것이고, ‘사법 리스크’에 집중한 유권자들은 정권유지를 원했을 것이다.

T가 ‘빵’에 꽂히는 것처럼, 보수와 진보도 각자의 관심사에만 꽂힌다. 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게 있다. 왜 이들은 한쪽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반대쪽은 무조건 배척할까.

정치성향은 개인의 경험과 주변 환경에 의해 정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책 ‘정치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존 R 히빙, 케빈B. 스미스, 존 R 알포드 지음)를 보면 정치성향은 정보와 논리, 설득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한다. 환경요인보다는 심리적 생물학적인 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한 조사에 따르면 자신과 정치성향을 공유하는 인물의 부정적인 면을 기억하지 않으려 하고, 동시에 반대성향의 인물에게는 스스로 부정적인 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정치성향이 다른 사람들은 살아가는 사실의 세계마저 다르다는 얘기다.

여기서 한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정치성향이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타고난 성향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그만큼 포용할 여력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정부가 시작됐다. 인선이 발표되고 새 정책이 제시될 때마다 진보와 보수는 각자의 해석으로 평행선을 그릴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추구하는 게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수용하고 기다려줄 수 있지 않을까. 표현방식이 다른 것이지 의도가 틀린 것은 아닐 수 있기에.

박소원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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