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오가노이드로 동물실험 대체 가속화…차세대 독성평가 기술 상용화 시동
예측 정확성 높이고 비용 절감도 … 글로벌 규제기관 표준화 추진
신약 개발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적 법적 규제가 강화되면서 보다 정밀하고 신뢰성 높은 독성평가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10일 이향애 국가독성과학연구소 생체신호연구센터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기존 동물실험은 높은 비용과 긴 연구 기간뿐만 아니라, 인간과의 생리학적 차이로 인해 예측 정확성이 제한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체외 기반 독성평가 플랫폼과 인공지능 기반 독성예측 모델이 신약개발, 의료기기 평가, 재생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세대 평가 솔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글로벌 규제기관들도 적극적인 법제화와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 미국 한국 등은 비동물시험법의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 FDA는 2022년 ‘FDA Modernization Act 2.0’에서 신약 승인 과정에서 동물실험이 의무가 아니라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2024년 발의된 ‘FDA Modernization Act 3.0’은 대체시험법 활용을 장려하는 새로운 비임상시험 기준을 공식화했다.
셀 기반 분석, 장기 유사 칩(Organ-on-a-Chip), MPS(Microphysiological System), 인공지능 기반 예측모델, 인실리코(in silico)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첨단 과학기술이 포함됐다. 하지만 산업계의 도입 속도는 더디다. 규제 불확실성, 데이터 표준화 부족, 기존 평가 체계와 호환성 문제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인체조직 유사환경서 독성평가로 정밀도 향상 = 대체 독성평가 기술은 체외 기반 평가 시스템과 인공지능 기반 독성예측 모델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체외 기반 평가 시스템은 실험실 환경에서 인체조직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독성평가의 정밀도를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대표적으로 오가노이드 기반 모델, Organ-on-a-Chip 기술,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있다.
오가노이드 기반 모델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해 특정 장기와 유사한 3D 조직을 배양하는 방식이다. 기존 단층 세포 배양보다 더욱 생리학적으로 유사한 환경에서 독성 평가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심장 간 신장 폐 등 다양한 장기 오가노이드가 개발되고 있다. 이를 활용한 약물 독성 분석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Organ-on-a-Chip 기술은 미세유체 시스템을 이용해 실제 인체조직과 유사한 환경을 재현하는 기술이다. 장기간 상호작용을 반영한 보다 정밀한 독성 평가가 가능하다. 이 기술은 신약 후보 물질의 체내 약물 동태 및 장기 독성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하는 데 기여한다. 특히 다중 장기 칩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세포를 이용해 다층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기존 2D 세포 배양 방식보다 인체조직과 유사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약물 투여 시 조직 내 반응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조직 특이적 독성 평가뿐만 아니라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AI로 신약 후보물질 독성 자동 평가 = 인공지능 기반 독성 예측 모델은 대규모 독성 데이터베이스를 학습해 신약 후보물질의 독성을 자동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며, 신약개발 과정에서 사전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특히 분자구조 기반의 독성 분석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AI-오가노이드 융합 모델은 체외 실험에서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독성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더욱 정밀한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이 모델은 실험 데이터와 기존 독성 데이터베이스를 결합해 신약개발 과정에서 최적의 후보물질을 선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신속하고 정확한 독성평가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연구 비용을 절감하고 기존 동물실험 대비 높은 신뢰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 기반 평가 방식이 점차 표준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체외 평가 모델과 AI기반 독성 분석 기술을 활용한 다중 데이터 통합플랫폼이 개발되어 보다 정밀한 예측이 가능해 질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 표준화, 국제 협력 필수 = 국내외 선도기업들은 대체 독성평가 기술의 상용화를 가속화하며 신뢰성 검증을 위해 제약사와 연구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Emulate Inc는 Organ-on-a-Chip 기술 개발을 선도하며 신약 개발 및 개인 맞춤형 치료솔루션을 위한 고도화된 체외 평가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MIMETAS는 3D 오가노이드 모델을 활용한 체외 독성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생리학적으로 더욱 유사한 평가환경을 조성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미국의 Insilico Medicine은 AI 기반 독성예측 모델을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의 안정성을 사전에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 JW중외제약, 티앤알바이오팹 등이 관련 기술과 플랫폼 개발 등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국가첨단전략기술’ 보유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5월 9일 코스닥 시장에 초격차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따라 상장됐다. 오가노이드 기반 차세대 재생치료제 개발 전문기업으로 동물실험 대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2025 바이오코리아 컨퍼런스 관련 기고문에서 “향후 바이오헬스 산업 전반에서 비동물시험법이 주요 평가 방법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과학적 타당성을 높이고 데이터 표준화와 글로벌 규제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