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연정 이애주문화재단 이애주춤연구소장

‘춤은 삶의 몸짓’ 이애주 정신 이어 ‘완판 승무’ 전승

2025-06-10 13:00:07 게재

전통춤은 반복을 넘어 사유의 깊이를 담는다.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춤추던 춤꾼이자 국가무형유산 승무 예능보유자였던 고 이애주 선생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애쓰는 무용가가 있다. 최근 이애주 선생이 직접 설립한 이애주문화재단이 제정한 ‘이애주 춤 문화상’ 전통계승 부문을 수상한 김연정 이애주춤연구소장이다. 그는 무용가이자 연구자 교육자로 활동하며 전통춤의 본질을 고민하고 실천해왔다. 8일 춤과 글쓰기, 철학적 사유를 함께 강조했던 스승의 뜻을 이어가는 김 소장을 만났다.

사진 이의종

●어떤 활동들을 인정받아 수상하게 됐나.

오랜 시간 이애주 선생 곁에서 춤과 연구, 교육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보좌했다. 공연 기획과 출연은 물론, 생전에 남긴 글과 자료를 정리하고 책과 사진첩으로 엮어 선생의 방대한 춤 업적을 알리는 작업을 주도했다. 또한 병석에서 못 배운 선생의 제자들에게 ‘완판 승무’를 가르치라는 당부를 받고 오늘날 다시 가르치면서 여러 무대에 올렸다.

●이애주 선생은 춤꾼으로 어떤 업적을 남겼나.

선생은 국가무형유산 승무 보유자이자 서울대 교수로 활동하며 예술과 학문을 아우른 춤꾼이었다.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에는 아스팔트 위에서 춤으로 사회적 발언을 이어갔고 전통춤의 원형과 철학을 탐구하며 춤의 깊이를 넓혔다. 이 선생의 춤은 시대를 향한 질문이자, 몸을 통해 세상을 읽는 철학이었다. 승무의 역사적 맥락부터 춤에 담긴 음양오행의 원리까지 그의 예술은 전통과 현대, 철학과 실천이 결합된 치열한 사유의 결과였다.

●최근 ‘법열곡 2025’에서 예술감독으로 활동했다.

법열곡은 1971년 초대 승무 보유자였던 한영숙 선생이 처음 무대에 올리고 1994년 이애주 선생이 제의적 의미를 더 부각해 재연한 작품이다. 부처님 말씀에서 오는 깨달음의 환희, 곧 ‘법열(法悅)’이라는 불교적 개념을 승무와 함께 풀어냈다. 지난해 이애주 선생 법열곡의 30주년을 맞아 공연을 기획하며 예술감독으로 불교의식무와 승무와의 연관성을 한층 더 통합적으로 표현해보고자 시도했다. 올해 이애주 선생이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더 완성된 형태로 올릴 수 있었다.

불법을 전하고 찬탄하는 의미를 담은 작법무가 민간의 춤, 승무에 녹아든 과정, 그 춤을 통해 인간과 자연만물의 생장수장과 생명순환의 원리를 표현하고자 했다. 궁극적으로 비워냄으로 얻어지는 자유함과 희열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완판 승무를 비롯한 전통춤을 동작으로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정신, 춤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전달하고자 한다. 선생이 강조했던 ‘춤은 삶의 몸짓’이라는 가르침을 바탕으로 기술이 아닌 깊이 있는 사유와 감각을 지닌, 자연철학과 진정성이 살아있는 전승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이애주한국전통춤회를 중심으로 전통춤 보급에 집중하고 선생이 남긴 방대한 글과 사진 춤 관련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다음 세대에 전하고자 한다. 선생의 정신을 기억하며 이 시대에 필요한 춤의 언어를 고민하고 그것을 무대와 교육 현장에서 실천해 나가겠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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