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국가자치분권회의에 거는 기대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지방공약 중 눈에 띄는 것이 ‘국가자치분권회의’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시·도지사들을 포함한 지방 4대 협의체 대표 등이 참여하는 지방정책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라는 위상 때문이다. 어쩌면 이재명정부의 자치분권 대표 정책이 될 수 있겠다.
국가자치분권회의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설치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직접 발의한 개헌안에도 들어있는 기구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가자치분권회의를 헌법기관으로 설치함으로써 지방정책을 총괄하는, 사실상의 제2국무회의 위상을 부여하려 했다.
하지만 뒤늦게 추진한 개헌은 동력을 얻지 못해 무산됐고, 국가자치분권회의 설치도 함께 묻히고 말았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중앙지방협력회의는 국가자치분권회의 설치가 무산된 뒤 대안으로 만들어진 기구다.
하지만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설치 목적에는 크게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2022년 법률이 시행된 뒤 단 한 차례 형식적인 회의만 하고 임기를 마쳤다. 기존에 운영하던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 간담회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윤석열정부가 중앙지방협력회의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취임 첫해인 2022년 10월 상견례 성격의 회의를 개최했고, 2023년과 2024년 각각 3회씩 회의를 열었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윤석열정부 초기만 해도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시·도지사들이 지방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걸 수 있는 창구 기능을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앙정부가 시행하려던 정책을 내려 먹이는 창구로 전락했다. 시도지사들이 요구한 자치분권·균형발전 정책과제들은 번번이 중앙부처에 가로막혀 흐지부지됐다. 특별행정기관 이관이 대표적이다. 급기야 시·도지사들이 대통령에게 지역 현안 해결을 요구하는 자리로 되돌아가는 행태도 보였다. 자치분권 강화라는 애초 설치 목적은 오간 데 없어졌다.
그래서 이재명정부의 국가자치분권회의 설치 공약에 다시 한번 주목한다. 아직은 공약의 실행 여부도 속단하기 이르다. 다만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를 거치며 겪은 시행착오를 밑거름 삼아 제대로 된 위상을 갖기를 바랄 뿐이다.
특히 국가자치분권회의 설치가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이 조항은 분권형 개헌을 이끌어 낼 마중물이 될 수 있어서다. 섣부른 기대일 수도 있고 장밋빛 환상일 수도 있지만 지방분권이 그만큼 지난하다는 점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대를 걸게 되는 것이다. 자치분권 강화는 이재명정부가 표방하는 국민주권정부와도 맞닿아 있다.
김신일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