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진학생 과반 “전공 바꾸겠다”…이유는 ‘명성’
전공 변경 52%·재수 계획 44% … 고교 시절 적성 탐색 부족
입시 사교육, 월 100만원 이상 45% …‘지출 0원’도 11%
서울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 중 절반 이상이 현재 전공을 바꿀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4%는 ‘다른 대학에 가기 위해 재수를 고려한다’고 답해 고교-대학 간 진로 연계의 미흡과 입시 중심 교육의 한계를 드러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서교연)이 10일 공개한 ‘서울학생종단연구 2020 진로·진학조사 결과분석 및 진로정책 효과 검정’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서울 소재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한 1413명 중 52.4%가 ‘전공을 바꿀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43.9%는 ‘다른 대학 진학을 위해 재수를 고려 중’이라고 응답했으며 복수·부전공을 계획 중인 경우는 40.9%, 타 대학 편입을 준비하는 경우도 32.6%에 달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고등학교 재학 중 자신의 적성을 충분히 탐색하지 못하고 진학한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실제 고교에서 제공한 진로진학 프로그램이 대학 선택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9.1%에 불과했다. 인문계고는 8.6%, 직업계고는 13.5%였다.
이는 ‘고교-대학 연계 진로교육’의 실질적 효과가 아직 부족함을 시사하며 졸업 후 진로성숙도가 오히려 하락하는 ‘진로성장 정체현상’도 함께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를 “졸업 이후 진로성숙도 감소”라는 표현으로 진단했다.
대학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인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51.8%가 ‘대학의 명성’을 꼽았다. ‘적성 및 흥미’는 28.8%로 뒤를 이었으며 ‘취업 전망’(8.3%)과 ‘성적 및 가산점’(6.8%)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입시 과정에서 여전히 ‘브랜드 중심 진학’ 경향이 강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학생들이 스스로의 흥미나 진로보다는 대학 서열과 사회적 평가에 의존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전공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본인’이라는 응답이 71.1%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부모나 보호자의 영향을 받았다는 비율도 17.1%로 적지 않았다. 교사(5.2%)나 학원·과외 교사(3.6%)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고교 현장에서의 진로 상담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반증한다. 대학 입시를 위해 지출한 월평균 사교육 비용은 ‘50만원 미만’이 24.2%로 가장 많았지만 ‘100만원 이상’ 지출한 학생도 45%에 달했다. ‘250만원 이상’ 응답도 15.8%로 적지 않았다. 반면 입시 준비에 ‘전혀 지출하지 않았다’는 응답자도 11.5%로 나타났다.
소득 격차에 따른 교육비 투자 차이는 진학 결과뿐 아니라 진로 탐색의 기회 자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고교 진로교육이 학생 개개인의 진로성숙도를 충분히 촉진하지 못하고 있다”며 “졸업 이후에도 이어지는 자기 탐색을 돕는 체험 중심의 맞춤형 진로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예산과 인력 투입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학생들의 ‘진로 주도성 부재’를 반복적으로 지적한다. 고교 시절 계열에 따른 진로가 사실상 정해져 있으며 졸업 후 진로 변경은 우연한 계기나 외부 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 직업 현장을 연결하는 연계 시스템이 단절돼 있다는 의미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