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기후변화·러시아 변수 대응책은?
부산서 친환경 북극항로포럼 … 경제 프로젝트로만 접근 안 돼
호모사피엔스 역사 이래 선박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북극 바다가 열린 것은 처음이지만 북극항로를 준비하는 일을 경제적 프로젝트로만 끝낼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10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친환경 북극항로 포럼’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북극항로 준비는) 대한민국의 전지구적 빅 픽처(큰 그림)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항만공사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극지연구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북극 관련 주요 공공기관들이 부산에서 개최한 ‘친환경 북극항로 포럼’에 참석한 대부분 참석자들도 신 소장과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김엄지 해양수산개발원 극지전략연구실장은 “북극기후는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며 “우리도 북극항로 이용과 북극기후변화에 책임이 있고, 어떻게 그 책임을 다할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극해를 덮고 있는 얼음이 녹으면 뱃길이 열리고 자원을 개발할 가능성이 커지지만 바닷물이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하게 되면서 해수온도 상승과 기후변화도 가속화된다.
김 실장은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할 때 북극해의 해빙(바다얼음)이 급속히 감소하면 해양에서 대기로 열 공급이 증가하고 집중호우 빈도와 강수량이 증가하면서 제트기류 이동 둔화 → 찬공기 장기 정체 → 북태평양 고기압 북상 저지 → 정체전선이 남해안~제주 해상에 고정 → 한반도 남해안 중심으로 단시간 집중호우 빈발 등으로 이어지는 기후변화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소장과 김 실장은 모두 국제사회가 북극변화와 연관된 충격에 대응하고 적응하기 위해 국제규범과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강조했다.
신 소장은 “북극과 북극항로는 최소한 4반세기 대계”라며 “제도와 정책, 외교와 협치구조, 북극권 원주민과 지역사회 등까지 종합해 숙고하고 로드맵과 이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북극항로 준비는 우리가 하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국제사회와 협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한 홍성원 영산대 북극물류연구소장은 북극항로 중 북동항로 대부분 구간을 연안으로 지배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이해가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홍 소장은 2016년 이후 러시아와 연관된 북극항로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현지에서 연구발표도 진행했다.
홍 소장은 “북극항로가 (남방항로에 비해) 수송거리가 줄어 경제성을 확보했다고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며 “현재 북극항로 이용 물동량은 90% 이상이 러시아 자원 수출용”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8000만톤을 북극항로를 통해 운송하려고 했지만 실제 수송량은 절반에도 못 미친 3800만톤에 그쳤다.
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지정학변화 기후변화 등이 중첩된 북극항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바로 구상을 준비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정교한 전략이 있어도 북극항로를 항해하는 선박을 맞이할 준비가 안 돼 있으면 기회는 우리 앞을 스쳐 지나갈 수 밖에 없다”며 “부산항이 친환경 연료 공급, 극지항해 대응 인프라 등 실질적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북극항로 거점이 되도록 적극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정희 해양수산개발원장도 “북극항로를 전략적 공간으로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친환경 항로 구축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