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기후변화·러시아 변수 대응책은?

2025-06-11 13:00:06 게재

부산서 친환경 북극항로포럼 … 경제 프로젝트로만 접근 안 돼

호모사피엔스 역사 이래 선박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북극 바다가 열린 것은 처음이지만 북극항로를 준비하는 일을 경제적 프로젝트로만 끝낼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10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친환경 북극항로 포럼’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북극항로 준비는) 대한민국의 전지구적 빅 픽처(큰 그림)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항만공사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극지연구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북극 관련 주요 공공기관들이 부산에서 개최한 ‘친환경 북극항로 포럼’에 참석한 대부분 참석자들도 신 소장과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이 10일 부산에서 열린 친환경 북극항로 포럼에서 북극항로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에 접근할 방법을 제기했다. 사진 부산항만공사 제공

김엄지 해양수산개발원 극지전략연구실장은 “북극기후는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며 “우리도 북극항로 이용과 북극기후변화에 책임이 있고, 어떻게 그 책임을 다할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극해를 덮고 있는 얼음이 녹으면 뱃길이 열리고 자원을 개발할 가능성이 커지지만 바닷물이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하게 되면서 해수온도 상승과 기후변화도 가속화된다.

김 실장은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할 때 북극해의 해빙(바다얼음)이 급속히 감소하면 해양에서 대기로 열 공급이 증가하고 집중호우 빈도와 강수량이 증가하면서 제트기류 이동 둔화 → 찬공기 장기 정체 → 북태평양 고기압 북상 저지 → 정체전선이 남해안~제주 해상에 고정 → 한반도 남해안 중심으로 단시간 집중호우 빈발 등으로 이어지는 기후변화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소장과 김 실장은 모두 국제사회가 북극변화와 연관된 충격에 대응하고 적응하기 위해 국제규범과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강조했다.

신 소장은 “북극과 북극항로는 최소한 4반세기 대계”라며 “제도와 정책, 외교와 협치구조, 북극권 원주민과 지역사회 등까지 종합해 숙고하고 로드맵과 이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북극항로 준비는 우리가 하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국제사회와 협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한 홍성원 영산대 북극물류연구소장은 북극항로 중 북동항로 대부분 구간을 연안으로 지배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이해가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홍 소장은 2016년 이후 러시아와 연관된 북극항로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현지에서 연구발표도 진행했다.

홍 소장은 “북극항로가 (남방항로에 비해) 수송거리가 줄어 경제성을 확보했다고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며 “현재 북극항로 이용 물동량은 90% 이상이 러시아 자원 수출용”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8000만톤을 북극항로를 통해 운송하려고 했지만 실제 수송량은 절반에도 못 미친 3800만톤에 그쳤다.

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지정학변화 기후변화 등이 중첩된 북극항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바로 구상을 준비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정교한 전략이 있어도 북극항로를 항해하는 선박을 맞이할 준비가 안 돼 있으면 기회는 우리 앞을 스쳐 지나갈 수 밖에 없다”며 “부산항이 친환경 연료 공급, 극지항해 대응 인프라 등 실질적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북극항로 거점이 되도록 적극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정희 해양수산개발원장도 “북극항로를 전략적 공간으로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친환경 항로 구축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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