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8차 보상 ‘관련자 선정기준’ 놓고 논란
5.18 시간·내용 범주 놓고 내부 이견
“폄훼 막으려면 엄격한 법 적용 필요”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8차 보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관련 여부를 심사하는 분과위원회에서 선정 기준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왜곡 폄훼를 막으려면 관련 법 적용에 엄격하자는 주장과 적용 범위를 확대해 억울한 피해자를 최대한 줄이자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5.18보상법)’에 명시된 5.18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서 발생했다.
11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시에 설치된 5.18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가 지난 2023년부터 8차 보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5.18 관련자 보상은 1990년 이후 모두 7차례 진행됐다. 이번 8차 보상은 2021년 개정된 5.18보상법에 근거한다. 보상심의위원회는 교수 등 10명으로 구성된 ‘관련여부 심사 분과위원회’ 등을 두고 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
내부 논란은 5.18 적용 범위를 놓고 발생했다.
5.18보상법은 5.18에 대한 시간적 범주를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로 정했다. 또 내용적 범주를 ‘헌정질서 파괴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항해 시민들이 전개한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했다. 따라서 시간·내용적 범주에 모두 포함된 사망자와 행방불명자, 상해와 성폭력 피해자, 수배 및 연행, 해직 또는 학사 징계를 받은 사람을 관련자로 판정한다.
하지만 불분명하게 정의된 ‘1980년 5월 18일 전후’가 말썽이다.
엄격한 법 적용을 강조한 분과위원회 일부 위원들은 2021년 법 개정 근거가 된 1997년 전두환 노태우 내란죄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당시 비상계엄이 해제된 1981년 1월 24일을 마지막 시점으로 보고 있다. 분과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내용적 범주까지 함께 살펴보면 비상계엄이 해제된 시점을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면서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왜곡 폄훼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다른 위원들은 피해 보상과 관련된 시간·내용적 범주를 확대해야 억울한 피해자를 줄일 수 있다고 맞섰다. 논란이 길어지자 광주시는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위임사무를 맡은 보상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하라는 답변이 논란을 키웠다.
이에 보상심의위원회는 명확한 지침을 정하지 않고 사안별로 심사한다는 두루뭉술한 결론을 내렸고, 분과위원회는 논란이 있으면 토론을 거쳐 표결로 처리했다. 표결은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고, 동수일 때 분과위원회장이 결정한다.
이에 따라 1986년 5.18 관련 행사에 참여했다가 연행 구금된 인물이 5.18 관련자로 최종 판정됐다. 또 최근에는 1981년 1월 24일 이후 5.18 진실규명과 정신계승 집회 등에 참여했다가 연행되거나 구속된 인물 등 8명이 분과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이 밖에도 선정기준 논란으로 심사가 보류됐던 8명을 조만간 재심사할 예정이다. 보류된 8명을 연도별로 분류하면 1981년 1월 24일 이후부터 12월까지가 5명이고, 1982년~1983년 1명, 1986년 1명 등이다. 이 같은 사례가 늘면서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재의 분과위원장은 “현재는 내부 논란이 모두 정리됐다”면서 “법을 엄격하게 하면서도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진행된 8차 보상에는 7차 보상 등에서 기각된 인물 등 1979명이 신청했다. 분과위원회는 지금까지 759명을 심사했고, 이 중 392명이 심사를 통과했다. 보상심의위원회는 분과위원회를 통과한 신청자를 대상으로 별도 심의를 거쳐 지금까지 378명을 5.18 관련자로 최종 판정했고, 현재도 심의 중이다. 관련자로 결정되면 보상과 함께 국가보훈부 별도 심사를 거쳐 5.18 유공자가 된다. 광주시 관계자는 “분과위원회가 2주에 한 번꼴로 회의를 열어 관련 여부를 심사하고 있고 관련 자료는 모두 비공개”라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