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우선’ 가릴라…민주당, 재판중지법 등 연기
형사소송법·법원조직법 등 쟁점법안 속도조절
2차 추경 속도전과 대비 … “정부 성과 빛나야”
더불어민주당이 재판중지법·법원조직법 등 쟁점법안 처리를 연기했다. 반면 2차 추경과 내란특검 등 3대 특검 가동에는 속도를 내기로 했다. ‘내란 종식·민생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대통령실과의 교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오는 12일에 본회의를 열어 쟁점 법안을 처리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10일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던 형사소송법 개정안(재판중지법)과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법) 처리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12일 본회의 개의 및 법안 처리 여부를 두고 “이번 주에 처리되지 않는다”고 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그러면서 “원내지도부 내부 상의, 각 상임위와의 상의, 대통령실과의 상의가 없을 수는 없다”고 답했다.
민주당의 당초 12일 본회의에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공언해 왔다. 법원이 이 대통령 선거법 파기환송심 등에 대한 재판을 ‘추후 지정’으로 연기한 것과는 별개로 법 개정을 통해 제도화하겠다는 취지였다. 민주당은 또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 처리 방침도 세웠었다. 대법관 증원법도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직선거법 사건을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민주당이 강하게 추진해 온 법안이다. 야당은 해당 법안들이 ‘이재명 대통령 방탄 법안’이라며 반발하며 여당 독주 프레임으로 공격해 왔다.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도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해당 법안 처리를 공언하며 밀어붙일 태세였으나 이를 철회하고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다. 여당 주도로 쟁점법안을 밀어붙일 경우 야권의 ‘독주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쟁으로 비칠 경우 이재명 대통령의 ‘민생우선’ 기조가 가릴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비상경제대응 테스크포스(TF)를 발족하며 연일 경제회복 조치를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민생 관련 법안들이 함께 처리되는 것이 대국민 메시지로서 좋지 않을까 하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외국 정상과의 외교 일정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새 정부의 첫 외교·안보·통상 분야 행보를 벌이는 가운데 정쟁 유발 가능성이 높은 쟁점법안을 무리해서 처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무엇보다 대통령과 정부의 성과가 빛이 나고 국민이 정권교체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게 가는 것이 핵심과제”라고 말했다.
반대로 민생관련 법안과 특검 등에는 속도를 내기로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3대 특검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이루어 내겠다”며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으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최대한 빨리 특검 후보자를 추천해서 각 특검이 신속히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 등 3대 특검법을 의결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 대통령에게 ‘3대 특검’에 대한 임명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3일 이내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 특별검사 후보 추천을 의뢰해야 한다. 두 당이 특검 후보자로 각 1명씩 추천하면 이 대통령은 3일 내에 이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게 된다. 3대 특검 개시는 ‘내란 조기 종식’의 상징적 조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특검 예산과 규모에 대해 일부 비판이 있지만, 훼손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무너진 정의를 바로잡는 데는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5개월 이사 사건들이 다 종료될 것이고 우리나라는 그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생회복과 관련해선 2차 추경을 앞당기는 쪽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속도감’을 강조한데 이어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 안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0일 “적어도 21조원 이상의 추경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6월 임시국회 중에 추경이 처리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둘러 달라”고 밝혔다. 진 정책위의장은 “소비 진작과 민생 회복에 효과적인 사업들에 집중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지시처럼 취약 계층과 자영업, 소상공인 지원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국민 대상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지역화폐 할인 지원 등 민주당이 제안했던 4대 민생 회복 패키지를 거론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반영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입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원을 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구체적 행보로 읽힌다. 이날 민주당을 방문한 우상호 대통령 정무수석도 이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며 정부여당의 유기적 움직임과 여당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우 정무수석은 또 (이 대통령이) 추경에 대한 협조를 좀 더 강하게, 중요성을 강하게 강조했고, 3대 특검 후보 추천 문제 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