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재계와 만나 “공정한 경제 생태계 구성 중요”
“경제 핵심은 기업, 규제 합리화 주력할 것”
“산업·경제 영역 인사는 현장 의견 듣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열흘 만에 재계 총수들과 상견례를 했다. 전임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이 빨라야 취임 2개월이 지난 후에야 재계와 만남을 가졌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재계가 불편해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이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이날 회동에 경제계 관심이 집중됐다.
이 대통령은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재계 인사들과 첫 간담회를 열고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치안·안보는 정부가 기본적으로 해야 될 일이고 그 외 제일 중요한 것이 경제인데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고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각 기업들이 경제성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자기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협조하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제 상황이 과거처럼 부당경쟁 또는 일종의 특혜·착취 이런 방식으로는 지속성장이 불가능하다"면서 "여전히 (기업들에 대한) 불신이 있는데 좀 완화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업의 구성원들 사이에 내부 문제, 노동문제나 중소기업 문제같은 공정한 경제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도 꽤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업들의 관심사인 규제 합리화 의지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거라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면서 "규제 합리화 문제에 주력하려고 한다. 불필요한, 또 행정 편의를 위한 그런 규제들은 과감하게 정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정한 시장 조성을 위한 규제, 생명·안전을 지키는 규제, 이런 것들이야 당연히 강화해야 될 것"이라면서 "규제 합리화에 대한 의견들도 많이 내달라"고 당부했다.
경제계 인사 추천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를 구성중인데 가능하면 산업·경제 영역은 현장의 여러분 의견을 많이 들으려고 노력중"이라면서 "인사추천도 꽤 여러 분한테 부탁드렸고 가능하면 그 의견을 존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장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대행,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선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 발언 후 경제인들은 기업에 대한 관심에 사의를 표했다. 첫 공개 발언에 나선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국내외 여런이 녹록하지 않다"면서 특히 미국 관세 문제에 대해 "불안정한 형태가 돼서 기업인들이 사업을 결정하거나 투자를 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실용적 시장주의라는 국정철학은 삼성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기업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면서 "대통령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민관이 힘을 합친다면 이번 경제위기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정된 국내 투자와 고용을 차질 없이 이행해 어려운 경제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만남에서 이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여온 상법 개정안에 대한 신경전도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여당이 추진중인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고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강화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재계는 지난 정권에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등 상법 개정안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한편 이 대통령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 임명을 단 나흘 안에 끝내고 경제·민생·외교 등 정책행보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특검 법안 정부 이송(9일)부터 따지면 국무회의 의결 및 공포(10일) 특검 후보 추천 요청·의뢰(11일) 정당의 후보추천·대통령 임명(12일)까지 단 4일 걸렸다.
3개 특검을 초단기로 가동시킨 이 대통령의 민생행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첫 현장행보로 11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찾아 주가조작 엄단 의지를 밝힌 데 이어 12일에는 한강홍수통제소를 찾아 수해(장마) 대비 현장을 점검했다.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국외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15~17일(현지시간) G7정상회의가 열리는 캐나다를 찾아 외교 데뷔전을 치른다.
여권 관계자는 “12.3내란 이후 6개월간의 정상외교 공백을 한번에 채울 수는 없겠지만 대한민국의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