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에 AI컴퓨팅센터 유치열기 후끈
두번 유찰 뒤 유치전 새판잡이
광주 ‘기대감’ 대구·경북 ‘분산’
기업 수익모델 구축 우선 과제
국가인공지능(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 대상지 선정이 두 차례나 유찰됐다. 하지만 그동안 공을 들여온 지자체들의 유치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정부가 ‘AI 3대 강국’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만큼 정부의 과감한 투자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권교체 영향으로 새판잡이가 될 수 있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은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정부와 민간이 비수도권에 2조5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초고성능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17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3일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사업이 다시 유찰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마감한 1차 공모에 이어 두번째다. 사업에 참여할 민간기업이 센터 구축에 적합한 지역(지자체)을 선정해 신청하는 방식인데, 신청한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
유치전에 나섰던 정부와 지자체들은 삼성SDS가 삼성전자·네이버·엘리스그룹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1차 유찰 이후 연장 공모 기한이 열흘 남짓으로 짧은 탓에 다른 기업들이 새롭게 컨소시엄을 만들어 참여하기가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와 LGCNS 카카오엔터프라이즈 NHN클라우드 등 사업에 관심이 있던 것으로 알려진 IT 대기업들이 모두 참여하지 못했다. 과기부는 2차 공모에서는 1개 컨소시엄만 지원하더라도 기술·금융평가를 통해 적합성을 확인하고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이 때문에 한때 유치경쟁이 싱겁게 끝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삼성SDS 컨소시엄이 지역을 선택하면 사실상 확정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삼성SDS도 2차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지만 지자체들의 기대감은 낮아지지 않았다. 이재명정부가 ‘AI 3대 강국 도약’을 공약으로 내걸고 출범했고, 대통령실에 AI미래기획수석실까지 새로 설치하며 정책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자체들 간 희비는 갈리는 분위기다. 우선 유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던 영남권 지자체들은 전략을 수정하는 분위기다. 경북도 관계자는 “새정부의 AI 관련 대표 공약이 AI고속도로 구축인 만큼 데이터센터를 한 곳에 집적하기보다 거점형으로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경북 포항시 관계자는 “향후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시행되면 환동해권은 AI컴퓨팅센터 입지의 가장 좋은 조건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정권교체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광주를 AI중심도시로 확장하고 고성능 GPU를 집중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상황이 훨씬 유리해졌다고 판단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새정부가 출범한 만큼 정부 공모도 새로운 내용을 담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정책 수립 과정에서부터 지역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현재의 상황이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충남(천안) 부산 등은 변화된 환경에서 지역별 유불리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광주와 경북이 유력 대상지로 검토되는 기조가 바뀌길 기대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은 전국 어느 곳보다 나은 장점을 가졌다고 본다”며 “새로운 공모 내용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관련 기업들을 연결하고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기간에는 김태흠 지사가 직접 나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을 비판하기도 했던 충남도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4월 28일 간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AI컴퓨팅센터 광주 설립 공약에 대해 “공모가 진행 중인 사업을 공약으로 내거는 건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유치 열기와는 별개로 사업 성패의 열쇠는 여전히 참여 기업의 수익모델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이재명정부도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해법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대상 지역보다는 기업의 참여 조건 변화가 더 중요하다”며 “결국 새정부 국정기획위원회와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실 등을 통한 전략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전망했다.
김신일·방국진·최세호·곽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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