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미국과 나머지 G6 국가 명목GDP 격차 확대
미국, G7내 GDP 60% 차지 … 2000년 46%에서 확대
“트럼프, G7 정상회의 여러 다자협력체 중 하나로 봐”
중국 등 개발도상국 비중 커져 … 경제규모 G7과 비슷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 경제와 외교를 주도하던 서방 중심의 주요 7개국(G7) 리더십이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미국과 다른 G6 국가 사이의 경제력 격차 확대도 주된 이유로 꼽힌다. 캐나다에서 16일(현지시간)부터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도 도출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6일 “미국 이외의 G6 국가는 일본을 필두로 경제적 지위의 저하가 계속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G7 무시는 계속돼 출범 50년을 맞는 이 회의가 커다란 기로에 섰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9조1800억달러로 독일과 일본 등 나머지 G6 국가의 명목GDP 합계인 20조900억달러보다 9조달러 이상 많다. 전세계 명목GDP(110.55조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과 G6가 각각 26.4%, 18.2%에 해당한다.

G7 국가 전체 명목GDP(49.29조달러)에서 국가별 비중은 미국이 59.2%를 차지해 60%에 육박한다. 나머지 6개국의 비중은 40% 수준에 불과해 경제적 규모만 놓고 보면 ‘1+6’에 해당하는 셈이다. 미국의 G7내 비중은 2000년 기준 46% 수준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G7 안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경제력 규모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대 국가의 양자협상을 거래의 기본으로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 G7은 이미 여러개 있는 다국간 협력틀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고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중이던 2018년 G7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에 관한 공동선언에 가합의한 이후 3시간 만에 승인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2019년에는 주최국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중재로 겨우 1장짜리 공동선언을 내놓는 데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G7 정상회의 개막에 앞서 가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가진 양자회담에서도 “G8에서 러시아를 제외한 것은 매우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에도 비슷한 주장을 해 다른 나라들과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은 올해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다른 G6 국가 정상과 배치된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이스라엘 전쟁 등에 대한 해법을 두고 미국과 다른 G6 국가 정상간의 인식 차이로 공동성명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중동 상황 등을 이유로 정상회의가 진행 중인 와중에 조기 귀국했다.

한편 이들 서방 선진 7개국이 차지하는 전세계 경제적 지배력 비중은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 G7 국가 전체의 전세계 GDP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4.6%로 2000년 70.6% 수준에서 크게 하락했다. 2000년 기준 전세계 명목GDP는 34조1500억달러, G7 국가는 22조1100억달러 규모였다.
G7의 경제적 비중이 줄어드는 가운데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 국가의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명목GDP는 18조7500억달러로 전세계 17.0%를 차지한다. 중국과 인도, 러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이 참여한 브릭스의 경제규모는 28조800억달러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 등 추가로 가입한 국가를 포함한 ‘브릭스플러스’ 국가의 경제규모는 전세계 GDP의 28% 수준으로 2000년(11%)에 비해 두배 이상 커졌다. IMF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브릭스를 포함한 신흥 개발도상국의 명목GDP가 45조8300억달러에 달해 G7 전체 국가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국제정치학자 이언 브래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올해 글로벌 10대 리스크를 발표하면서 ‘심화되는 제로세계의 혼미’를 들었다. ‘제로세계’는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G1인 미국의 힘이 약화하고, G7도 리더십을 상실하면서 ‘G0’ 세계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어다.
키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의 경제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무역과 국제질서 등에서 기존 서방 선진국의 역할이 약화하고 있다”며 “선진국에 유리한 글로벌 규칙을 만들 수 있는 체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