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실, 김건희 수사 개입했나
김주현, ‘도이치’ 조사 앞두고 김 여사와 비화폰 통화 의혹
심우정과도 통화 … ‘사건 무관’ 해명에도 수사 확대 주목
3특검, 특검보 추천·검사파견 요청 … 수사팀 구성 속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할 ‘김건희 특검’이 본격 출범을 앞둔 가운데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의 수사개입 의혹이 불거져 파장이 예상된다. 김 여사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심우정 검찰총장 등이 비화폰으로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곧 본격화될 특검 수사 범위가 대통령실의 수사 개입 의혹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17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해 7월 3일 오후 4시 8분경 김 전 수석에게 비화폰으로 전화해 17분 49초간 통화했고, 잠시 뒤인 오후 4시 29분에는 김 전 수석이 다시 김 여사에게 전화해 15분 58초 동안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의혹으로 김 여사측과 조사 방식 등을 조율하던 시기다. 김 여사와 김 전 수석의 통화가 이 수사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김 여사를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해야한다는 입장이었던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은 같은 달 7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문재인정부 시절 배제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회복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검찰총장이 배제된 채 진행됐다. 김 여사 대면조사는 대통령경호처 소속 보안시설에서 비공개로 이뤄졌는데 검사들이 휴대폰까지 제출하고 나서 조사했던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김 여사에게 비화폰이 지급된 사실이 알려지자 경호처는 ‘영부인 행사와 관련해 비밀을 유지해야할 필요가 있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전 수석은 영부인 행사나 의전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의심을 키운다. 김 전 수석은 심 총장과도 지난해 10월 10일 오전 8시 50분쯤 12분 32초간 통화했고, 다음날 오후 2시2분쯤에도 11분36초 동안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첫 통화는 심 총장이, 이튿날 통화는 김 전 수석이 걸었다고 한다.
당시 검찰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에 대한 최종 처분을 앞두고 있었다. 또 명태균씨와 관련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의혹 수사가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김 전 수석과 심 총장의 통화가 검찰 수사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김 전 수석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대검은 입장문을 내고 “검찰 사건과 관련해 통화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심 총장은 대변인실을 통해 “검찰총장 취임 초기에 민정수석으로부터 인사차 비화폰으로 연락이 와서 검찰 정책과 행정에 관한 통화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총장이 비화폰을 사용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검찰 정책·행정과 관련한 통화라면 굳이 비화폰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의혹은 쉽게 가라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 등의 비화폰 사용 내역이 드러나면서 불거진 대통령실 등의 수사개입 의혹은 조만간 가시화될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특검의 수사 대상에는 명태균 의혹, 건진법사 의혹 등 그동안 김 여사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각종 의혹 뿐 아니라 이들 의혹에 대한 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은폐하거나 비호, 증거를 인멸하거나 인멸을 교사했다는 의혹 사건도 포함된다.
김 여사 관련 의혹 수사를 이끌 민중기 특검은 특검보 인선 등 수사팀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 특검은 지난 15일 대통령실에 특검보 후보자 8명을 추천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문홍주 변호사, 검찰 출신인 김형근, 박상진, 오정희 변호사 등이 후보자 명단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들 가운데 4명을 특검보로 임명할 예정이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파견 검사와 수사관 인선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민 특검은 대검에 포렌식 등을 당담할 수사관 파견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12.3 내란 사건을 수사할 조은석 특검도 대검과 고검차장급 검사 9명의 파견을 요청하는 등 특검 출범을 위한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조 특검이 요청한 파견 검사 명단에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서 실무를 지휘하고 있는 김종우 서울남부지검 2차장을 비롯해 최순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 최재순 대검범죄정보2담당관 등 특수본 검사들이 포함됐다. 장준호 춘천지검 차장, 김정국 수원지검 형사4부장, 국원 부산지검 반부패수사부장, 박향철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장, 조재철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장, 박지훈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장도 파견 요청 대상에 올랐다.
조 특검은 대한변협에 특검보 후보 추천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또 서울고검에는 사무실 제공을 요청했다. 군사기밀 등 수사보안과 비용 등을 고려해 서울고검으로 장소를 최종 낙점한 것으로 관측된다.
순직해병 수사방해 의혹 사건을 수사할 이명현 특검도 특검보 인선에 주력하고 있다. 이 특검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 중 특검 후보자를 대통령실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특검은 특검보 인선과 관련해 “실체적 진실에 열정을 갖고 하시는 분들을 원한다”며 “(판·검사 출신 등 구성은) 적절히 배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인선 기준을 설명한 바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