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업종 차등적용’ 놓고 노사 공방

2025-06-18 13:00:04 게재

노 “취업기피 등 우려, 다른나라는 상향식 차등” … 사 “업종별로 경영여건·지불능력 달라”

내년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을 12일 앞두고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구분(차등) 적용’을 논의했으나 노사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최저임금법 4조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제가 첫 시행된 1988년에 도입됐으나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1989년부터 단일 최저임금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서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경영계는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경영 현실이 어렵다며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올해 최저임금은 1만30원으로 주15시간 이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이미 1만2000원을 넘었다”며 “여기에 5대 사회보험과 퇴직급여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최저임금 근로자 1명을 고용하는 데 드는 실제 인건비는 일반적으로 법정 최저임금의 140%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4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율은 12.5%에 달하고 숙박·음식점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미만율이 30%가 넘을 정도로 최저임금에 대한 현장 수용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노동계가 밝힌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인 1만1500원(14.7% 인상)에 대해서도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경영 현실을 외면한 매우 과도하고 터무니없는 요구안”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취약 사업주에게는 양호한 경영 실적·이윤 창출 기업을 기준으로 설정한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이 공정하다”며 “한국의 취약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이 선진 외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하향식 구분 적용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다음 회의 때 업종별 차등 적용과 관련한 현실적이며 획기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최저임금으로 차별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업종별 ‘차별’ 적용은 저임금 고착화의 낙인찍기, 쏠림현상으로 인한 인력난 가중, 업종·산업별 공동화 및 취업 기피 등 부작용이 매우 우려되는 일”이라며 “현행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 및 보호를 위해 헌법이 정한 국가가 개입하는 법정 기준임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사용주들이 직접 나서 지원하고 해결할 의지와 노력도 보이지 않는 한, 한국노총은 일말의 여지도 없는 업종별 차별적용 반대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윤석열정부 아래 최저임금위는 사용자위원들의 업종별 차등적용 주장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여왔지만, 이는 명백히 최저임금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 차등적용을 도입한 미국과 일본 사례를 들며 “모두 국가가 정하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상향식 적용”이라며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더 높은 지급능력을 가진 업종에서 상향 적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고 한국은 현재 ILO 의장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인재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사용자위원 및 근로자위원에게 각자의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다음 회의 때 공식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앞서 노동계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으로 시간당 1만1500원(월 환산 240만3500원)을 요구한 바 있다. 경영계는 아직 입장을 밝힌 바 없으나 동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6차 전원회의는 19일에 열릴 예정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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