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말레이에서 환적해 이란산 원유 수입

2025-06-19 13:00:50 게재

서방 제재 피한 편법 … 이란산 비중 15% 추정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 … 중국이 전쟁 최대 피해?

이란 원유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지속돼 온 가운데 중국이 말레이시아(말레이)를 환적 허브로 활용해 이란신원유수입을 지속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로 글로벌 석유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19일 투자분석 및 트레이딩 플랫폼 ‘Ainvest’에 따르면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3월 전례없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 수입량이 137만~191만배럴을 기록했다.

미국의 이란 재제가 심화돼 글로벌 원유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공격적으로 비축해왔다는 분석이다.

Ainvest는 “말레이시아 연안의 부유식 저장용량이 3월에 44% 급감했는데 이는 화물이 중국 산둥성 정유공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중국이 제재를 피해 말레이시아를 환적허브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 산둥성에 소재한 중소 정유사들의 재고가 2200만배럴 증가했다. 이어 “이란산 원유는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5~1.6달러 저렴해 가격면에서 매력적”이라며 “에너지안보를 위한 중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의 국가별 원유 수입비중은 러시아가 20%로 가장 많고 사우디아라비아 14%, 말레이시아 13%, 이라크 11% 순이다. 이어 오만 7%, 브라질 7%, UAE 6%, 앙골라 5%, 쿠웨이트 3%, 카타르 2%, 기타 13%로 조사됐다.

글로벌 석유업계는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비중이 말레이시아 경유를 포함 15% 전후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 콜럼비아대 에너지정책센터도 “말레이시아가 중국의 세 번째 큰 석유 공급국으로 부상한 것은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란산 석유를 말레이시아산으로 바꿔 수입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의 말레이시아산 원유 수입량(1일 기준)은 2015년 5400배럴에서 2024년 140만배럴로 급증했다”며 “말레이시아의 2023년 생산량은 56만5000배럴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해역에서 선박간 환적을 통해 이란산 원유가 중국으로 수출될 가능성을 추측한 것이다.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비중도 15%에서 20%로 늘었다. 도입물량은 2021년 160만배럴에서 2024년 220만배럴로 증가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 제재를 단행하자 러시아는 할인된 가격에 중국 등으로 석유를 공급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란의 원유 수출 중 약 89%가 중국으로 건너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이 이란의 원유시설을 타격한다면 이란산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들여오던 중국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석유수요 증가세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중국 입장에선 다행이다.

미국 콜럼비아대 에너지정책센터에 따르면 중국의 석유수요는 2003~2023년 세계 증가분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연평균 5.8% 증가했다.

하지만 2024년 석유수요 증가율이 감소(-1.6~2%)한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자동차 증가, 부동산 침체, 액화천연가스(LNG) 트럭 인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는 2024년 중국에서 2800만톤의 휘발유를 대체하며 휘발유 소비량을 3.1% 감소시켰다.

중국의 신규 주택 착공면적은 2019~2024년 68% 이상 감소했다. 경유는 건설장비 연료 및 건축자재 운송에 사용되기 때문에 역시 석유소비가 줄어든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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