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비밀첩보가 몰고온 전쟁
이란 핵무기 개발 ‘핵심 정보파일’로 공습 결정 … 네타냐후 확증 편향 우려도

이스라엘이 제시한 핵심 증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이란 과학자들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망을 벗어난 채 미확인 핵물질을 은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IAEA는 6월 9일 기준, 이란이 공식적으로 400kg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이스라엘은 별도로 감지되지 않은 물질이 존재한다고 본다. 둘째, 이란이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결합(mating)’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 혁명수비대(IRGC) 미사일 지휘관들과의 회동을 준비 중이었다는 정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이란이 과거 AMAD라는 공식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2003년 중단했지만, 이후 SPND(방위혁신연구기구)라는 외곽 조직을 통해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다고 보고 있다. 이 조직은 코로나19 백신, 레이저 기술 등의 민간 연구를 명분으로 활동해왔으며, 사실상 이란 핵 개발의 후속 창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6년 전, 이 조직 내 일부 과학자들이 ‘특수 진전 그룹(Special Progress Group)’을 결성해,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결정만 내리면 단기간 내 핵무장을 완료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이 그룹은 모센 파흐리자데 전 AMAD 국장이 주도했으며, 그는 2020년 이스라엘의 암살 작전으로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해당 그룹이 2024년 말부터 활동을 급격히 강화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이란의 방공망이 약화되고,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대리세력들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연이어 타격을 입자, 이란이 핵 억지력 확보를 서두르게 됐다는 맥락으로 해석됐다. 이스라엘은 미사일부대 지휘관과의 회동이 핵무기 실전화를 위한 결정적 고비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석은 동맹국과의 정보 공유를 통해 더욱 확산됐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미국 내 정보기관과 국제기구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고, 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도 “무기화로의 조직적 진전이 있었다는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IAEA는 최근 이란이 신고하지 않은 세 곳의 장소에서 핵물질을 보유한 사실은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판단에 보다 무게를 싣는 입장이다. 그는 “나는 개버드의 말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에 굉장히 가까웠다”고 공개 발언하며 정보파일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핵무기 전문가 데이비드 올브라이트는 “이스라엘이 제시한 대부분의 정보는 서방 정보기관들 사이에서도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면서도 일부 새로운 주장, 특히 미사일 지휘관과의 회동 계획이나 은닉된 핵물질과 같은 요소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핵물리학은 과학이지만 정보 해석은 과학이 아니며,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3년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를 침공했던 결정 역시 ‘잘못된 대량살상무기 정보’를 근거로 삼았던 사례였다는 점에서, 이번 이란 공습도 유사한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나탄즈 및 포르도 등 이란의 핵심 농축시설을 제거하지 못한 상황에서, 향후 추가 작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은 “지금이 아니면 더는 늦는다”며 동맹국들의 군사적 개입을 압박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제시한 정보가 모두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올브라이트는 “사실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 위협이 실질적으로 임박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갈린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수십 년간 이란의 핵 위협을 경고해온 인물로, 이번 판단에도 확증 편향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입장도 현재 정부의 시각과 일치하며, 이번 전쟁을 지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보기관이 네타냐후 총리와 핵 문제를 두고 충돌한 적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부와 정보기관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공동의 전략 인식이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전쟁의 향방은, 이스라엘이 제시한 정보의 신뢰성과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