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국가들, 무력충돌에 방관자적 시선
참전국 없는 양자의 전쟁
이란 동정하는 UAE
침묵 일관하는 사우디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레바논에서는 이란이 이스라엘로 발사한 미사일을 담은 영상이 SNS에서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일부는 이스라엘을 겨냥한 보복으로 이를 반기는 분위기지만, 다수는 단순히 미사일이 자기 나라를 비켜갔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동정 여론은 거의 없다. 가자지구에서 20개월 넘게 벌어진 이스라엘의 무력 진압은 과거 이스라엘과 우호적이던 일부 아랍 국가 내 시각마저 돌아서게 했다. 텔아비브와 하이파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장면은 “작은 업보 같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동정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란은 수십 년간 아랍 국가 내에 무장조직을 지원하며 역내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의 각종 민병대가 그 예다. 이들은 애초에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공격에 대비한 ‘전방 방어선’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국 내 정치와 안보를 위협하는 통제 불능의 존재가 됐다.
시리아는 이번 사태를 가장 통쾌하게 바라보는 국가 중 하나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지원 없이는 생존할 수 없었고, 이번에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된 이란 사령관들 다수가 시리아 내전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알아사드는 2024년 말에 시리아를 탈출했고,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은 폐쇄된 상태다.
중동 대중의 감정은 냉소적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번 전쟁을 저녁마다 ‘중계’되는 ‘경기’로 보는 유머도 퍼지고 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스라엘 총리 메나헴 베긴이 “양측 모두 행운을 빈다”고 말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아랍 대중은 양측 모두에 대한 냉소적인 무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카타르 국영 언론인 알자지라는 이란에 보다 우호적인 보도를 내놓고 있는데, 이란과 가스전을 공유하는 카타르의 외교 노선과도 관련이 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운영하는 매체들은 과거 이란 내 반정부 시위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나, 이번 이스라엘-이란 충돌에 대해서는 상당히 절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의 공격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이미 아랍 국가들과의 전쟁을 통해 입증된 바 있고, 이번 이란과의 충돌에서도 다시 한 번 그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은 동맹국들과 함께 더 안정적인 지역 질서를 구축하려는 데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에서는 전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는 극심한 고통을, 아랍 세계 전반에는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동시에 이란과의 무력 충돌은 주변국들을 전쟁에 끌어들일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동 전체의 불안정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출신 정치학자 압둘카레크 압둘라는 “이스라엘은 무섭고 강력하며, 군사와 정보 분야에서 지역의 지배자임을 날마다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강경한 태도는 아랍 국가들에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바이 정책연구센터의 모하메드 바하룬은 “과거에는 이란과 함께 중동의 불안정 원인으로 여겨졌던 이스라엘이 이제는 단독으로 그 중심에 서게 됐다”고 우려했다. 양현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