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e·에너지고속도로 추진과제 산적
재생에너지 매년 6.1GW 늘려야 … 문재인정부시절때도 3.5GW
주민수용성 확보 ‘난제’ … LNG발전 활용 등 대안 함께 모색해야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분야 핵심 공약인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제2의 경부고속도로'에 비유되는 ‘에너지고속도로’ 개통에 속도를 낸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비용과 주민수용성 등의 해결과제가 만만치 않아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생에너지 설비 현재 4배 확대 가능할까 =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정부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정기획위원회에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보도자료에서 “산업부는 태양광·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산 방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RE100 산단 조성 등 우리 경제·산업의 진짜 성장을 위한 세부 전략을 철저하게 수립해 국정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후변화 대응과 산업 업그레이드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올해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르면 2023년 30GW이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은 2038년 121.9GW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 계획을 실현하려면 2038년까지 매년 6.1GW의 재생에너지를 보급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가장 빠르게 확대됐던 문재인정부 때에도 5년 동안 연평균 3.5GW씩 늘어났음을 고려하면 매우 공격적인 보급목표다.
이 계획대로라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현재의 4배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그렇다면 2024~2038년 원전 65기(대형원전 1기당 1.4GW)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의 설비가 필요하다.
◆전력계통 부족은 재생에너지 확충 장애요인 = 또 산업부는 국정기획위원회 보고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위한 핵심 인프라인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의 2030년 첫 개통 목표 달성을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핵심 클러스터인 호남권 생산 전기를 핵심 수요지인 수도권으로 나르는 초고압직류송전(HVDC)망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38.6GW이다. 이 중 약 20%인 7.1GW가 광주·전남지역에 분포돼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송전망을 비롯한 전력계통 부족은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확충에 큰 장애 요인이다.
이 대통령은 공약으로 2030년 서해안에 우선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점차 남해안, 동해안으로 넓혀 2040년 전 국토에 U자형 에너지 고속도로를 놓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전력이 책임지고 건설하는 서해안 HVDC는 신해남~태안~서인천을 거치는 구간이 430㎞, 새만금~태안~영흥 구간이 190㎞에 이른다. 총비용은 7조9000억원, 수송 능력은 8GW에 이른다.
하지만 이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막대한 비용은 차지하고 주민수용성이 최대 걸림돌이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계획 또는 착공 중인 주요 송전선로 31곳 중 26곳(약 83%)이 주민 반발, 인허가 문제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실례로 동해안~수도권 HVDC는 2019년 12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2026년 10월로 82개월 늦춰졌다. 주민동의 지연과 하남시 인허가 거부 등 지역갈등이 주요인이다.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도 초기 계획은 2012년 6월 준공이었다. 하지만 현재 150개월(12.5년) 이상 늦춰져 준공시까지 20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따라서 에너지고속도로를 추진하더라도 주민수용성 확보가 최대 난제다. 계획한 기간보다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전력부족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일본 7차 에너지기본계획 참고할 만 = 대안으로 열병합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브릿지 연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용 반도체를 용인산업단지에서 대규모로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1단계로 삼성전자 용인공장 인근에 500MW급 LNG 발전소 6개를 짓고, SK하이닉스 용인공장 인근에 1050MW LNG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10GW, SK하이닉스는 6GW 등 총 16GW 용량의 발전용량을 요구한다. 따라서 정부는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2단계), 호남에서 수도권으로(3단계) 송전선로를 대폭 보강해 전기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고속도로가 그 사명을 안고 있다.
하지만 주민 수용성 등의 이유로 2~3단계 계획이 지연된다면 결국 대안은 수도권에 LNG 발전소를 더 건립하는 방안이다.
일본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적극 노력하되 그 목표의 달성 불가능을 대비해 LNG 발전의 역할을 늘리면서 장기계약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러한 내용은 올 2월 발표한 일본의 '제7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담겼다.
우리 정책 당국자들은 우리와 산업·에너지 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사례를 참조해 실리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