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증시 전망

중동전쟁 격화…파월 통화정책 보고 주목

2025-06-23 13:00:02 게재

지난 주말 미국이 이란 핵시설 3곳에 직접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고 이란이 보복을 예고하면서 중동 전쟁이 전면 충돌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란이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이자 병목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유가 급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까지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공급을 제한하기로 했다는 외신 보도도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식시장은 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 여부 등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중동 불안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23일 코스피는 1%대 하락 출발했고 코스닥은 2%대 급락했다.

◆국제유가가 금융시장 흐름 좌우 =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미국의 군사 개입이 초래할 중동 리스크의 파장이다. 금융시장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국제 유가 추이다. JP모건 등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봉쇄 혹은 걸프지역 원유 인프라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제유가는 120~13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의 석유 수출이 관련 인프라 피해로 중단될 경우에는 75~8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이란 국영 TV에서는 중동 내 미국 시민과 군인이 합법적인 타겟이 되었다고 발표하고, 외교부 측도 미국의 공습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결국, 이란의 대응 수위가 중요해졌고, 그 중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 여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결정된 이후 장기화된다면 국제 유가급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을 확대, 이는 연준 금리인하 시점 연기와 위험선호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봉쇄 파괴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중동 리스크 완화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이란간 무력 충돌 상황을 보더라도 이란의 군사 대응력이 예상보다 약하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이란의 군사력을 고려하면 봉쇄 파괴력이 크지 않을 수 어, 유가 역시 단기 추가 상승 이후 점차 하향 안정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결국 유가 추이가 리스크 증폭 혹은 완화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 위원 의견 대립 가운데 파월 발언 주목 = 중동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 위원들 간 통화정책 이견이 발생했다. 크리스토퍼 윌러 연준 이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7월 금리인하가 가능하다고 발언하면서 논쟁에 불을 붙였다. 반면 같은 날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리치몬드 연은 총재 등 다른 위원들은 물가, 경제 데이터를 고려 시 인하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등 연준 내 의견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4일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 25일 상원 은행위원회 반기통화정책 청문회에 출석한다. 파월 의장은 이번 의회 보고를 통해 미국 경제와 통화정책 운용 현황을 공식적으로 설명하고, 대내외 리스크 및 향후 금리 경로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번 증언에서는 최근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한 배경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강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전가 우려, 노동시장 탄력성, 미국 내 민간 소비 흐름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과 파월 의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과 정책의 일관성 유지 여부 역시 시장과 의회의 관심사로 주목된다.

연준은 또 27일 연례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한다. 22개 대형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경기침체, 부동산 시장 침체, 채권시장 악화 및 특정 상황을 감안한 탐색적 분석으로 은행들의 회복력을 가늠할 수 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악재’ = 다음 달 9일 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미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국과의 관세 내용과 무역 협상 진척 여부도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공급을 제한하기로 했다는 외신 보도도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의 들뜬 분위기도 일시에 찬물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WSJ에 의하면, 미 상무부가 전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중국에 대한 미국 장비 수출을 허용하는 “포괄적 수출 면제” 철회를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이 현실화 될 경우 향후 반도체 업체들이 매번 수출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이며, 화해 모드로 들어갔던 미국과 중국의 관세 갈등도 재차 고조될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

한 연구원은 “아직 공식 확정된 사안은 아니며, 미 정치권 내부에서도 자국 AI 산업 육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반박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태”라며 “주중 관련 뉴스플로우가 반도체 업종의 주가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공급중단 발 DDR4 가격 급등, 엔비디아향 HBM3E 공급 등으로 실적 기대감이 높아진 마이크론 실적(25일)도 반도체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벤트다. 마이크론 실적은 반도체 업황의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 실적 이후 국내 반도체 업종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하향 조정세(4월 말 20.2조원 -> 6월 말 19.7조원)가 중단될 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증시, 선진시장으로 갈 수 있을까 = 국내 주식시장은 한국시간으로 25일 새벽에 발표되는 MSCI 연례 시장분류 검토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9일 발표된 연례 시장접근성 점검 결과에 따라 시장분류 (선진,신흥,프론티어)의 변경 또는 관찰대상국 등재를 결정하는 것이다. 한국은 ‘개선필요’ 항목이 작년 7개에서 올해 6개로 1개 줄었으나 (공매도개선) 외환·자본시장 개선에 추가관찰을 요구하고 있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다.

한 연구원은 “MSCI 선진지수 편입 기대감도 상존한 만큼, 지수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번 주 코스피는 미국발 이벤트(중동 사태, 미국 반도체 수출 규제, 파월 의장 청문회, 마이크론 실적)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23일 코스피는 23일 장 초반 2970대로 후퇴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10시 15분 현재 전일 대비 15.6원 오른 1381.14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장중 99.212까지 상승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