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휴전 발표 이면엔 ‘약속 대련’

2025-06-24 13:00:03 게재

조율된 충돌, 절제된 메시지

이스라엘과 이란이 12일간의 무력 충돌 끝에 전면 휴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사전 조율된 ‘약속 대련’ 형식의 군사 충돌을 통해 확전을 피하려는 메시지를 교환했다. 이란의 절제된 미사일 보복과 미국의 자제는 종전을 향한 의도된 시그널이었다.

이란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의 핵시설 공습에 대한 대응으로 카타르와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미사일 14발을 발사했다. 이는 미국이 전날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며 사용한 벙커버스터 수와 같다. 하지만 이란은 공격 전 미국과 카타르에 계획을 미리 통보했고, 대부분의 미사일은 요격돼 인명피해는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대응은 매우 약했다”며 “사전 통보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번 보복은 자국 영토와 주권 수호를 위한 경고”라고 했고,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우리는 침략하지 않았으며, 어떤 침략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보복 작전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와 하탐알안비야 중앙사령부가 지휘했고, ‘승리의 전령’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등 외신들은 이란이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과 카타르에 공격 계획을 사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란이 명분을 확보하면서도 미국과의 정면충돌을 피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 역시 이를 ‘통제 가능한 대응’으로 간주하며 재공격을 자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의 증오가 없길 바란다”며 자제의 메시지를 SNS에 남겼다.

이란과 미국의 ‘절제된 교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 휴전 합의를 발표했다. 트루스소셜을 통해 “작전 종료 6시간 후 이란이 먼저 12시간 휴전하고, 이어 이스라엘이 12시간을 이어가며 총 24시간 후 전쟁이 공식 종료된다”고 밝혔다. 휴전 동안 양측은 평화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휴전은 이스라엘이 지난 12일 이란 핵시설과 군사기지를 공습하며 시작된 갈등의 종착점이다. 이어진 미군의 공습, 이란의 제한적 보복, 그리고 사전 통보된 군사행동은 ‘통제된 갈등’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일련의 흐름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사전에 짜인 ‘종전 시나리오’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지도부와의 긴급 회의 후, 재보복을 자제했고, 이란 역시 미국의 핵시설 타격에 대해 단발성 대응에 그쳤다. 양측 모두가 중동 내 전면전 확대를 피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는 “아마도 이란은 이제 평화와 조화를 택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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