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대참’ 위성락 출국…‘가치 공유국’과 연대 재확인

2025-06-24 13:00:06 게재

이 대통령 이어 일본·호주 정상도 줄줄이 불참

한미 양자회담 불확실성이 결국 참석 여부 갈라

‘트럼프+IP4 정상회동’ 보도에 한때 술렁이기도

이재명 대통령 대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3일 밤 출국했다. 이 대통령은 막판까지 나토 참석을 고심했지만 중동 정세의 급변 등으로 한미정상회담 등 구체적 실익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대참’을 선택했다. 이 대통령이 위 실장을 대참자로 선택한 것은 외교부 장관이 아직 정식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위급 인사를 보내 나토 등 가치 공유 국가와 연대 의사를 재확인하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24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위 실장이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전날 출국했다”고 전했다. 위 실장은 24~25(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나토 회원국은 물론 인도·태평양 파트너국 고위 인사들과 만나 국제 정세를 논의하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 말레이시아 총리와 통화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위 실장이 대참자로 선택된 데는 현재 외교안보라인 중 최고위급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전날 조 현 신임 외교부장관을 지명하긴 했지만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지명자 신분의 인사를 정상들이 모이는 자리에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의 나토 불참이 줄 수 있는 부정적 메시지를 최소화하는 데도 적임자라는 평이 나온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는 물론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들 사이에선 G7에 대해선 준비의 시급성을 제외하고는 참석 자체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좀 다른 문제로 취급되는 분위기였다. 여당 일각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 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는 실익은 물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꾸준히 연대한다는 관점에서 나토와 협력 중요성을 피력해 왔다. 나토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한·중, 한·러 관계의 점진적 개선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위 실장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 대통령의 이같은 외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왔던 다른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중 한국 일본 호주 등 3개국에서 정상 대신 부총리·장관급 인사가 대참하기로 하면서 이 대통령 불참 결정의 부담도 줄어들었다. 당장 ‘눈치보기’ 외교라고 비판했던 국민의힘의 공세도 힘을 잃었다.

만약 IP4 정상 중 이 대통령만 불참했다면 정치외교적 부담이 커질 위험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불참을 결정한 다음날인 23일 오전 일본 닛케이신문 보도에 대통령실이 술렁였던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했다. 닛케이는 나토 정상회의 일정 중 트럼프 대통령과 IP4 정상 간 회동이 조율중이라고 보도했다. 만약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다른 3개국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하는데 한국만 소외되는 상황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통령실의 대응은 신속하지 않았다. 이날 점심 즈음까지도 대통령실 관계자가 “확인중”이라고만 답하면서 혹시라도 이 회동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이 대통령이 나토 불참을 결정한 것은 아닌지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결국 의구심이 가라앉은 것은 이날 오후 늦게였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 회동 추진 당사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나토였다. 또 대통령실 내 외교안보라인에선 이미 나토 측의 회동 추진 계획을 인지하고 해당 회동과 연관해 한미정상회담을 조율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의 이란 폭격으로 국제 정세가 급변했고 한미정상회담 개최도 덩달아 불투명해지면서 이 대통령의 나토 불참이 전격 결정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세가 격변하면서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는 게 맞느냐는 인식도 컸다”면서 “(불참 결정 다음날에) 장관 인선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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