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대참’ 위성락 출국…‘가치 공유국’과 연대 재확인
이 대통령 이어 일본·호주 정상도 줄줄이 불참
한미 양자회담 불확실성이 결국 참석 여부 갈라
‘트럼프+IP4 정상회동’ 보도에 한때 술렁이기도
이재명 대통령 대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3일 밤 출국했다. 이 대통령은 막판까지 나토 참석을 고심했지만 중동 정세의 급변 등으로 한미정상회담 등 구체적 실익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대참’을 선택했다. 이 대통령이 위 실장을 대참자로 선택한 것은 외교부 장관이 아직 정식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위급 인사를 보내 나토 등 가치 공유 국가와 연대 의사를 재확인하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24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위 실장이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전날 출국했다”고 전했다. 위 실장은 24~25(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나토 회원국은 물론 인도·태평양 파트너국 고위 인사들과 만나 국제 정세를 논의하게 된다.
위 실장이 대참자로 선택된 데는 현재 외교안보라인 중 최고위급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전날 조 현 신임 외교부장관을 지명하긴 했지만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지명자 신분의 인사를 정상들이 모이는 자리에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의 나토 불참이 줄 수 있는 부정적 메시지를 최소화하는 데도 적임자라는 평이 나온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는 물론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들 사이에선 G7에 대해선 준비의 시급성을 제외하고는 참석 자체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좀 다른 문제로 취급되는 분위기였다. 여당 일각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 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는 실익은 물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꾸준히 연대한다는 관점에서 나토와 협력 중요성을 피력해 왔다. 나토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한·중, 한·러 관계의 점진적 개선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위 실장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 대통령의 이같은 외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왔던 다른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중 한국 일본 호주 등 3개국에서 정상 대신 부총리·장관급 인사가 대참하기로 하면서 이 대통령 불참 결정의 부담도 줄어들었다. 당장 ‘눈치보기’ 외교라고 비판했던 국민의힘의 공세도 힘을 잃었다.
만약 IP4 정상 중 이 대통령만 불참했다면 정치외교적 부담이 커질 위험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불참을 결정한 다음날인 23일 오전 일본 닛케이신문 보도에 대통령실이 술렁였던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했다. 닛케이는 나토 정상회의 일정 중 트럼프 대통령과 IP4 정상 간 회동이 조율중이라고 보도했다. 만약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다른 3개국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하는데 한국만 소외되는 상황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통령실의 대응은 신속하지 않았다. 이날 점심 즈음까지도 대통령실 관계자가 “확인중”이라고만 답하면서 혹시라도 이 회동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이 대통령이 나토 불참을 결정한 것은 아닌지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결국 의구심이 가라앉은 것은 이날 오후 늦게였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 회동 추진 당사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나토였다. 또 대통령실 내 외교안보라인에선 이미 나토 측의 회동 추진 계획을 인지하고 해당 회동과 연관해 한미정상회담을 조율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의 이란 폭격으로 국제 정세가 급변했고 한미정상회담 개최도 덩달아 불투명해지면서 이 대통령의 나토 불참이 전격 결정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세가 격변하면서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는 게 맞느냐는 인식도 컸다”면서 “(불참 결정 다음날에) 장관 인선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