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대입 앞두고 불안한 고2, 해법은…‘원점수 사수’

2025-06-25 13:00:10 게재

대격변 2028 미리 반영한 2027 대입, 황금돼지해 특수로 역대급 N수생 전망 … 섣부른 정시러 회피 금물

현행 내신 9등급제와 2022학년부터 7년간 시행된 선택형 수능의 마지막 세대인 고2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현 고1이 치를 2028학년 대입은 내신과 수능 체계가 모두 바뀌면서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주요 대학은 이 때문에 2027학년 수시와 정시전형에 선제적인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예측이 빗나갔다. 그렇다 보니 “재수도 어려운데 지난 입시 결과를 활용하기도 어려워졌다” “끼인 세대에게 너무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한데 전문가들은 “2027 대입도 큰 틀에는 변화가 없다”고 주장한다. 입시 제도의 변화는 미리 공개된 시행계획과 각 대학의 전형 계획 등을 토대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한다면 오히려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고2 학생과 학부모의 고민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봤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발표한 2027학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분석 자료에 따르면 수시모집에서 교과와 종합 논술전형 전반에 걸쳐 최저 기준의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수능 대비를 병행해야 하는 구조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2027학년 대입은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선택형 수능이 마지막으로 적용된다.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현 고3은 학생 수가 많은 만큼 재수생 규모 또한 상당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고2는 누적된 N수생과 경쟁하며 재도전 기회가 적을 것이라는 부담을 크게 느낀다.

전문가들은 현행 입시 제도의 마지막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간의 입시 정보가 누적돼 있고 예고된 변화가 그간의 흐름을 따른다는 점에서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현 고2는 변화에 휘둘리기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을 설정하고 수능과 학생부 준비를 병행하는 체계적인 학습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고2 모의고사 성적으로 ‘정시러’ 판단 금물 = 자연계열 학생들이 수학 영역에서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는 이른바 ‘확통런’은 2025 수능 이후 3월과 6월 고3 수능 모의고사까지 이어지는 추세다. N수생이 포함되지 않은 현 고3 학생만 응시 가능했던 3월 학평에서는 확률과 통계 선택률이 59.1%였다.

이국희 충남 한올고 교사는 “수시에서 고2의 최대 관심사는 내신 등급과 최저 기준이고, 미적분은 확률과 통계에 비해 시간과 노력을 훨씬 많이 투자해야 한다”며 “최저 기준 충족이 목표라면 확률과 통계가 더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고, 최근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에 최저 기준을 적용하는 대학이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주요 대학의 수시전형을 염두에 둔 자연계열 수험생에게 학교 수업으로 확률과 통계만 이수하는 것은 불리할 수 있다. 학생부 위주 전형을 염두에 뒀다면 미적분 선택은 필수와 다름없다. 종합전형은 물론이고 교과전형에서도 정성 평가를 시행하는 대학이 늘고 있는데 이때 전공과 관련된 과목 이수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또 논술전형의 경우 성균관대와 건국대 자율전공을 제외한 서울 주요 대학의 자연 계열 수리 논술에서는 여전히 미적분이 주요 출제 범위이다. 이 교사는 “논술전형은 대체로 수능과 함께 준비하며 내신이나 수능이 다소 아쉬운 학생이 주로 도전한다”며 “확률과 통계만 이수한 경우 따로 대비해야 하기에 수험생의 부담이 높다”고 전했다.

고2 1학기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내신과 6월 학평 성적을 비교해 정시에 ‘올인’하는 이른바 ‘정시러’가 증가한다. 모의고사에서 상위권 성적을 기록했다면 수능 위주 전형인 정시가 더 유리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제원 서울 숭의여고 교사는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며 수시에 비중을 두고 공부했던 학생 중 상당수가 정시로 합격하기도 한다”며 “반면 2학년 ‘정시러’ 중 내신 준비 시간을 아껴 수능 공부에 매진하는 경우는 드물고 수능은 시간을 많이 투자하면 점수가 잘 나오는 시험이 아니라 각 영역의 사고가 깊어져야 성적이 향상되는 시험이어서 3학년 ‘정시러’보다 2학년 ‘정시러’는 훨씬 위험하다”고 당부했다.

고2 1학기까지의 모의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고2 6월 학평은 수능 전 범위를 다루지 않고 고2 1학기까지의 일부 범위만 포함한다. 특히 수학 과학탐구 사회탐구 과목의 핵심 단원이 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수능에선 상위권 N수생이 대거 합류한다.

◆학생부 반영 정시전형 확대 = 현재 수시는 내신 성적뿐만 아니라 학생부 면접 비교과 활동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다. 내신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종합전형이나 논술전형 등을 통해 충분히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수시와 정시 중 하나를 선택할 시점이 아니라 내신과 수능 학교생활 모두를 성실히 챙겨야 할 시점이다.

모의고사는 2등급 학교 내신은 4등급을 받는다면 겉보기엔 수능이 더 잘 맞는다고 느끼기 쉽다. 정 교사는 “모의고사는 전국 단위의 시험인 반면 내신은 학교마다 학생들의 평균 실력이 달라 등급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며 “결국 모의고사든 내신이든 자신의 실력을 냉정하게 판단하려면 원점수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시전형에서 학생부 평가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수시에 비해 반영 비율은 낮지만 1점에서 2점으로 당락이 갈리는 상위권 정시의 특성상 출결이나 교과 이수 현황과 같은 요소가 합불을 좌우할 수 있다. ‘정시러’라고 해서 학교생활을 소홀히 했다간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얘기다.

정 교사는 “수업 태도나 내신에서 성실성이 느껴지지 않는 학생은 학생부 정성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마지막 3학년 2학기까지 학생부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 고3은 ‘황금돼지해’ 특수로 학생 수가 유독 많아 2027학년 대입은 N수생 규모가 역대급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다수의 입시 전문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입은 응시자 수보다 전형 구조의 변화나 수능 체제의 안정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출제 기조 유지할 2027 수능, 안정적 준비 가능 = 2027 대입은 출제 구조나 난도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 비교적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수능 역시 전반적으로는 지금의 출제 기조가 유지되고 난도나 문항 유형 등도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2027학년은 현행 선택형 수능 체제로 치러지는 마지막 학년인 만큼 평가 체제의 연속성을 고려해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시행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국어와 수학은 2024학년 초고난도(킬러) 문항 배제 공표 이후 변별력 확보를 위해 시험 유형에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최근 고2 3월과 6월 학평 출제 경향을 보면 초고난도 문항 대신 중상난도 문항 수가 늘었다.

이 교사는 “계산이 복잡해 풀이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계산 과정에서 실수를 유도하는 문항이 출제됐다”며 “공통 과목인 수학1과 수학2에서 변별력을 가르는 문항이 많이 출제되는 만큼 선택 과목을 먼저 풀고 시간을 확보해 풀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절대평가인 영어는 1등급 비율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수험생 부담이 커지고 대학별 최저 기준 충족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적정 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근 서울 덕원여고 교사는 “수시에서 최저 기준을 맞추려면 영어가 매우 중요하다"며 "수능 모의고사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철저히 파악하고 어휘 학습을 꾸준히 한다면 안정적인 등급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재도전 염두에 둔다면 3학년 2학기까지 충실해야 = 2016학년부터 2025학년까지 최근 10년간 수능 응시자 중 N수생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 2025학년에 31.0%까지 상승했다. 현 고2는 “재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정두연 강남하이퍼학원 전략담임은 “2027학년에 입시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조바심은 재도전에 나선 N수생도 마찬가지고, 특히 정시는 상향 지원보다는 안정 지원하는 경향이 클 전망”이라며 “재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막연하게 두려워하기보다는 2027학년 대입에서 전략을 잘 세워 소신 지원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다만 학생부 교과 정성 평가 시 고교학점제가 전면 적용된 현 고1의 학생부가 질과 양 모두 더 우수할 확률이 높다. 대입 재도전까지 넓게 가능성을 열어둔 학생이라면 각 대학이 제시한 전공 관련 과목을 점검하고 3학년 진로선택 과목을 성실히 이수하는 한편 3학년 2학기까지 내신 성적을 잘 챙겨야 한다.

2028학년엔 선택 과목 없이 모든 수험생이 동일한 시험을 보는 큰 변화가 예고돼 있지만 국어와 수학 영어 등 주요 과목의 출제 방식이나 평가 구조는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 탐구 영역 과목이 통합과학 통합사회로 통합되지만 2학년과 3학년 선택 과목 기반의 난도 높은 시험을 경험한 수험생에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소장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통합과학 통합사회는 일부 내용을 제외하면 2015 개정 교육과정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고, 중3 수준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며 고1 때 이미 배운 과목이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통합형 수능을 처음 치르는 것은 재학생과 재수생 모두 마찬가지인 만큼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2027학년 입시에 집중하며 차분히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조언이다.

◆목표 대학 시행계획 확인해 전략 수립 = 입시 제도의 변화가 크고 복잡한 시기일수록 자신에게 맞는 전형을 정확히 파악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 전략담임은 “목표 대학을 설정하고 해당 대학의 2027학년 입학전형시행계획을 통해 신설 학부 최저 기준 교과와 종합전형 방식 모집 정원 등 주요 변경 사항을 미리 파악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대학별 2027학년 시행계획은 각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 ‘공지 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세대는 주요 변경 사항에 무전공 학부 신설 자연과 통합 계열 논술전형 변화 등을 안내하고 있고, 서울시립대는 교과전형 정성 평가 비율 확대 등을 명시했다.

김기수 기자·이도연 내일교육 리포터 ldy@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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