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석유회사 합병 가능성에 시장 기대
WSJ “쉘, BP와 인수 협의”
쉘 “시장 추측일 뿐” 부인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쉘이 BP 인수를 위한 초기 협의에 돌입했으며, 양사 간의 논의는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BP는 이 제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며, 인수 조건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관련 투자은행들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만약 거래가 성사될 경우, 이번 인수는 지난 세기 말 엑손(Exxon)과 모빌(Mobil)의 830억달러 합병 이후 최대 규모의 석유업계 인수합병(M&A) 사례가 될 전망이다. 현재 BP의 시가총액은 약 800억달러로, 인수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 전 세계 최대 인수합병 거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쉘 측은 해당 보도 이후 “이는 시장 추측일 뿐이며, 어떤 협의도 진행 중이지 않다”고 밝혔다. BP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쉘의 이 같은 발언 이후 BP 주가는 소폭 상승했으며, 이날 장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쉘은 최근 몇 년간 주가에서 BP를 크게 앞서며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황이다. 쉘과 마찬가지로 BP도 본사는 영국에 있지만, 전 세계에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쉘의 시가총액은 2000억달러를 웃돈다.
BP는 탈탄소 전환을 서두르다 실적 부진과 경영 혼란에 시달려왔으며, 그 틈을 타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지난 2월부터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경영 개선을 요구해왔다. 이후 BP는 신재생에너지 투자 축소 및 석유·가스 생산 확대 등 전략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회사인 캐스트롤(Castrol) 브랜드 윤활유 사업 매각과 일부 태양광 사업 정리 방침도 밝혔다.
반면 쉘은 수익성 높은 자산에 집중하고, 친환경 목표를 후퇴시키며 전통 에너지 중심의 전략으로 회귀 중이다. 5월에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발표했다.
인수 성사 시, 두 회사는 중복 자산 매각 및 조직 문화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게 되겠지만, 셸은 이를 통해 글로벌 LNG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멕시코만 등 전략 지역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비용 절감과 경쟁사 견제를 위한 규모의 경제 효과도 기대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최근 엑슨의 600억달러 규모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 인수, 다이아몬드백의 260억달러 규모 인데버 인수, 쉐브론의 헤스 인수 등 초대형 M&A가 잇따라 진행되고 있다.
한편, 영국 상장사는 인수 협상 관련 보도를 공식적으로 부인할 경우, 향후 6개월간 동일 기업에 대한 추가 인수 제안을 제한받을 수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