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지방대응비 2조9천억원 소요…지방 상황 따라 지자체 ‘빈익빈 부익부’
차상위·기초수급자 많을수록 부담 커져
재정자립도 낮은 지자체 “빚내야 하나”
“비효율·불균형 … 차등보조 다층화”
2차 추경을 통해 공급하는 13조원대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이 지방자치단체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사업의 재정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분담하는데 인구가 많고 저소득층 비중이 높을수록 부담도 커지도록 설계돼 있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따라서 재정자립도나 수혜자 비율 등을 고려해 지역의 재정부담 비율을 여러 단계로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7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차 추경안에 따르면 13조1000억원의 재원이 들어가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의 경우 국고보조율을 고려하면 지방비 분담금이 2조9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전국민에게 15만원씩 주는 경우엔 주민등록인구수, 25~35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경우엔 차상위계층, 기초수급자의 비율에 따라 재정부담이 달라져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력이 높은 지역이 상대적으로 인구수가 적거나 반대로 재정력에 제약이 큰 지역의 인구수가 많은 경우가 적지 않고 1인당 대응지방비 규모가 큰 차상위계층과 기초생활수급자의 지역별 분포 역시 재정력과 거꾸로 가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예산규모가 유사한 A군과 G자치구를 비교했다. A군은 재정자주도가 71%이고 G자치구는 24% 수준이다. 하지만 인구수는 G자치구가 22만명으로 A군보다 3.3배 많다. 결국 재정력이 취약한 G자치구는 재정상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A군보다 3.3배 이상의 대응지방비를 마련해야 한다.
또 부산의 세입규모와 재정자주도는 다른 시도에 비해 적거나 낮은 편이지만 차상위계층과 기초생활수급자는 26만6000명으로 서울, 경기 다음으로 많다.
하지만 비슷한 세입규모와 재정자주도를 보이는 강원은 10만2000명이다. 세종과 제주는 상대적으로 재정여력이 양호한데도 세종에는 해당 대상자가 1만명, 제주는 4만2000명뿐이다. 부산시의 지방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
모 지자체장은 “정부는 돈이 없어 국채를 발행하고 그 중 22%를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키려 하고 있다”며 “우리 자치구도 8~11%를 분담하라고 하는데 10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 돈이 어디서 나오나. 지방채를 발행해 빚을 내라는 거냐”고 했다.
그는 “많은 지자체가 경기 회복을 위한 추경예산을 편성했다”며 “매칭이라는 이름으로 지방의 재정투자를 강제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인심은 중앙에서 쓰고 뒷감당은 지방이 하는 구조, 과연 공정한 재정운용이냐”며 “정부가 정책을 펼치려면 그 책임도 끝까지 져야 한다”고도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박은형 예산분석관은 “비수도권의 재정력이 약한 지방자치단체가 상대적으로 재정상황이 양호한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차상위계층 및 기초생활수급자 수가 많아 지방비 분담분이 큰 경우가 있다”며 “지방자치단체별 재정력과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의해 재정력이 약한 지자체가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지게 되는 비효율과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비쿠폰 사업의 국고보조율 차등화는 서울(정부 70%, 지자체 30%)과 그 외(정부 80%, 지자체 20%) 지역으로만 설계돼 있다”며 “이번 추경을 통한 다른 국고보조사업들을 포함하면 총 대응지방비 규모가 약 3조7147억원으로 자치단체의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재정 여력에 맞게 보다 섬세한 보조율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지역별 지방재정 여건의 차별성과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고려하여 차등보조율의 다층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